- 학부모회 "실거주 없는 막무가내 전입, 학습권 침해"... 학교 측 '거주지 실사' 강수
- 축구센터 측 "엘리트 체육 특성 무시한 과도한 진입 장벽"... 지역 소멸 위기 속 '딜레마'

'교육 도시'를 지향하는 포천시가 중학교 배정 문제를 놓고 뜨거운 내홍을 겪고 있다. 포천교육지원청 앞에는 "학생과 지역을 위협하는 막무가내 전입, 즉각 중단하라"는 격앙된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동중학교 학부모회가 내건 이 현수막은 지역 소재 축구클럽(FC KHT) 소속 유소년 선수들의 집단 전입 시도를 겨냥한 것이다. 학부모 측은 '위장 전입 의혹'과 '면학 분위기 저해'를 이유로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유입되는 청소년들을 배척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칙과 포용 사이, 포천 교육 현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 "주소지만 옮긴 가짜 전입 NO"... 학부모들이 뿔난 이유
- 학교 측, 2026학년도 신입생 대상 '실거주 방문 조사' 초강수 예고
최근 포천교육지원청과 이동중학교 주변에 게시된 현수막은 단순한 님비(NIMBY)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복잡한 속사정이 얽혀 있다. 갈등의 핵심은 '실거주 여부'다.
이동중학교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는 타 지역에서 온 축구부 학생들이 실제 가족과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기는 이른바 '위장 전입'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준비되지 않은 대규모 인원 유입은 기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과밀 학급을 유발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현수막에 적힌 '위협'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학습 환경 붕괴에 대한 학부모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학교 측도 칼을 빼 들었다. 이동중학교는 최근 2026학년도 재배정 및 전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위장 전입 방지를 위해 실거주 확인 방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등록법 위반 시 고발 조치(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는 물론, 입학 취소까지 경고하며 학부모들의 요구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범죄자 취급은 너무해"... 축구 꿈나무들의 '좁은 문'
- 헌법상 의무교육인데... "엘리트 체육 시스템 현실 외면" 지적도
반면, 전입을 시도하는 김희태 축구센터(FC KHT) 측과 유소년 선수 학부모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박지성, 안정환 등을 배출한 명문 클럽에서 훈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에게 '전학'은 필수불가결한 절차다.
현행법상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이다. 정당하게 거주지를 옮긴 학생이라면 학교는 이를 수용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엘리트 체육의 구조상 합숙이나 주소지 이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아이들을 잠재적 범법자나 학습 방해꾼으로 몰아붙이는 '막무가내', '위협' 등의 표현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특히 교육청의 지침이 강화되면서, 꿈을 좇아 포천으로 온 아이들이 학교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러 왔지, 범죄를 저지르러 온 게 아니지 않느냐"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 소멸 걱정하면서 인재는 배척? 포천의 딜레마
- 법적 엄격함과 교육적 포용 사이, 솔로몬의 지혜 필요
이번 사태는 인구 절벽에 직면한 지자체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천시는 인구 유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제 발로 찾아온 청소년 인재들은 기존 주민들과의 갈등 속에 표류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여론도 엇갈린다. 한 시민은 "법을 어긴 위장 전입을 묵인할 수는 없지만,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학생들을 '침입자'처럼 대하는 태도는 아쉽다"며 "현수막 시위보다는 학교와 축구센터,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위장 전입 단속은 공정한 배정을 위한 원칙적인 조치"라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갈등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의 잣대와 교육의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 어른들의 지혜로운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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