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면 중심로에 있는 버스 정류장 모습[출처/NGN뉴스]
"한숨이 먼저 나왔습니다." 최근 NGN뉴스에 보도된 설악면 전통시장 앞 버스정류장 기사를 보고도 믿기지 않아, 직접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기사 속 장면이 과장이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은 금세 무너졌습니다. 보도는 사실이었고, 현실은 더 참담했습니다.
설악면 눈메골 전통시장 앞 버스정류장은 정류장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모습이었습니다. 비와 눈, 바람을 막아줄 쉼터는 없고, 플라스틱 의자 몇 개와 나무 의자가 길가에 무질서하게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바람에 쓰러지고 흩어져, 어르신들이 앉아 기다리기엔 위험해 보였습니다.
이곳은 외진 시골길이 아닙니다. 설악면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르신들이 장을 보고 귀가하기 위해 가장 많이 모이는, 설악면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 동선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한겨울 체감온도 영하 20도에 가까운 날씨 속에서, 어르신들은 가릴 곳 하나 없는 길 위에서 첫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서 있던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말, 봉사에 앞장서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살아왔을까. 축제와 행사, 성과와 숫자만 바라보며, 가장 기본적인 삶의 현장을 외면해온 건 아니었을까. 보이는 곳은 챙기면서, 보이지 않는 불편에는 무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더 큰 허탈감은 ‘비교’에서 왔습니다. 같은 설악면,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는 통일교 인근 버스정류장은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냉·난방 시설까지 갖춘 실내형 정류장이었습니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겨울에는 난방이 작동합니다.
한쪽에서는 어르신들이 길에서 몸을 떨고, 다른 한쪽에서는 따뜻한 실내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이 장면은 마치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한 장면에 담아놓은 듯한, 지역 격차와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문제의 정류장에서 설악면 행정복지센터까지의 거리는 불과 500여 미터입니다. 기자의 눈에는 보였던 이 현실이, 과연 면장과 공직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보았지만,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밀려났던 것일까요.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인근에서 매년 수차례씩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이름도 화려한 행사들이 열리는 바로 그 앞에서, 어르신들과 면민들이 추위와 비를 피해 설 곳조차 없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깟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가장 기본적인 버스정류장 하나를 이대로 방치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대응 역시 아쉬움을 남깁니다. 수차례 문제 제기 끝에 설치됐다는 비닐 천막은, 대책이라기보다 ‘형식적인 조치’에 가까웠습니다. 강풍에 날아가 버린 그 천막은, 이 문제가 얼마나 가볍게 다뤄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입니다. 보지 못했고, 보려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지역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버스정류장은 거창한 개발사업이 아닙니다.교통약자를 위한 배려이자, 행정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입니다.어르신들이 안전하고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입니다.
설악면 버스정류장의 모습은 지금 우리 행정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그리고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는, 주민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부끄럽고, 미안합니다.이 말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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