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 15도에 길에서, 교통약자 두 번 울리는 가평군
경기 가평군 설악면 중심지인 전통시장 일대 버스정류장이 노천 상태로 방치돼 교통약자들의 불편이 극심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정류장은 설악면 오일장이 열리는 핵심 동선으로, 장날이면 고령의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비·눈·바람을 막아줄 기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설악면 눈메골(전통시장)앞 버스정류장, 마치 재활용품 보관장소 같다. 이 마저도 플라스틱 의자는 바람에 널부러져 있다.(사진 왼쪽/정연수 기자]
설악면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정류장은 이미 1년 이상 문제 제기가 반복돼 왔다. 주민들은 지역 소통 공간과 민원 창구를 통해 수차례 정류장 개선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한 달 전 설치된 비닐 천막이 유일한 ‘대책’이었지만, 이는 며칠 전 강풍에 그대로 날아가 현재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현재 정류장에는 폐기물장에서 주워 온 듯한 플라스틱 의자와 나무 의자 몇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의자 역시 정돈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으며, 노인과 보행약자가 앉아 대기하기에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곳이 단순한 외곽 정류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악면 전통시장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르신들이 장을 본 뒤 인근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하고 귀가하기 위해 가장 많이 모이는 교통 요지다. 주민들은 “이곳이 설악면에서 가장 중요한 정류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한겨울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은 가릴 곳 하나 없는 길가에서 첫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한 주민은 “비가 오고 눈이 오면 버스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며 “겨울에는 사실상 이용을 포기해야 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는 대목은 명백한 ‘시설 격차’다. 인근 통일교에 있는 버스정류장은 냉난방이 완비돼 있어, 여름에는 에어컨이, 겨울에는 난방이 가동되고 있다.

통일교에 있는 버스정류장,'냉.난방'시설까지 갖추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주민들은 “같은 지역, 같은 군 행정구역 안에서 이런 차별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강한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상현 전 군의원은 “국민소득 3만6천 달러 시대, 그것도 수도권에서 아직도 이런 버스정류장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했다.

통일교 청심빌리지 앞 버스 정류장, 비.바람을 막아주는 시설을 갖췄다.[사진/정연수 기자]
또 다른 주민은 “면민은 찬밥이고, 특정 시설만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군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최소한의 시설 개선조차 미뤄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 주민이 군 관계자에게 직접 문제를 전달한 뒤에야, 열흘가량 지난 후 비닐 천막이 임시로 설치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대책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군은 비닐 천막을 설치했다.마치 뒷 골목 포장마차를 연상케한다.그러나 이 마저도 강풍에 날아갔다.[출처/독자 제공]
설악면 주민들은 “이번에도 아무런 보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다가오는 선거에서 분명한 판단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본적인 대중교통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설악면 버스정류장. 이 문제가 단순한 시설 민원을 넘어, 행정의 우선순위와 지역 간 형평성을 묻는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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