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팩 60개가 휴지로, 폐건전지가 새 건전지로..."소각장 증설보다 시급한 건 시민의식"
- 포천시탄소중립실천협의회, 자원순환 거점 '콩당'에서 실천적 대안 모색
- 우유팩 60개가 휴지로, 폐건전지가 새 건전지로..."소각장 증설보다 시급한 건 시민의식"
고소한 콩비지 쿠키 향과 진한 대추차의 온기가 감도는 곳. 얼핏 보면 평범한 동네 사랑방 같지만, 이곳 테이블 위에는 조금 특별한 물건들이 쌓여 있다. 깨끗하게 씻어 부채꼴 모양으로 펴 말린 우유팩 수십 장과 묵직한 폐건전지 꾸러미다.
지난 6일, 포천시 신읍동에 위치한 자원순환 거점공간 '콩당(공유공간 포실포실)'을 찾았다. 이날 현장에는 포천시탄소중립실천협의회 박광복 회장과 포담초등학교 교사, 그리고 김미영 사무국장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단순히 '재활용을 잘하자'는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쓰레기 소각장 증설과 매립지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오갔다.
◇ "소각장보다 시급한 건 '버리지 않는 습관'"
박광복 회장은 단호했다. 그는 "쓰레기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결국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Reduce)"이라며 "소각장이나 매립지를 늘리는 시설 위주의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혐오 시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을 넘어, 지속 가능한 포천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삶의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변화의 최전선에 '콩당'이 있다. 김미영 사무국장은 이날 포담초등학교 교사에게 이곳의 독특한 '환전 시스템'을 설명했다. "우유팩 60개를 씻어서 펴 오시면 롤 휴지 1개로, 폐건전지 20개를 모아오시면 새 건전지 2개(1세트)로 교환해 드립니다."
단순한 물물교환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무심코 버리면 쓰레기가 되어 땅에 묻히거나 태워지지만, 조금만 수고를 들이면 다시 자원이 된다는 체험적 교육이다. 사진 속 테이블에 펼쳐진 수십 장의 우유팩은 한 시민이 며칠, 혹은 몇 주간 공들여 실천한 '탄소 중립의 증거'인 셈이다.

◇ 커피 찌꺼기 없는 카페, 비지로 만든 쿠키
'콩당'의 운영 방식 자체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실험실이다. 이곳에서 내놓은 쿠키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콩비지'로 구웠다. 버려질 뻔한 식재료가 훌륭한 디저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매장 한편에는 수세미 열매를 말려 만든 천연 수세미와 각종 친환경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플라스틱 없는 삶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일임을 보여준다.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비친 '콩당'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오가며 대추차 한 잔에 환경 문제를 논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배워가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었다.
경기도와 포천시, 그리고 마을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작은 거점은 웅변하고 있다. 거창한 구호나 수백억짜리 시설보다 더 강력한 힘은, 우유팩 하나를 씻어서 펴는 시민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 쓰레기는 줄이고, 가치는 높이고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쓰레기는 줄이고 가치는 높이고!'라는 콩당의 슬로건이 유독 눈에 밟혔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쓰고, 너무 쉽게 버려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쓰레기 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만을 두고 싸워왔다.

하지만 박광복 회장의 말처럼 답은 '처리'가 아니라 '감량'에 있다. 오늘 콩당에서 만난 건전지 꾸러미와 우유팩 뭉치는 포천시가 나아가야 할 생태적 전환의 작은 씨앗이다. 이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행정의 지원과 시민의 동참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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