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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정부경전철, ‘설계된 실패’의 고리를 끊어야 미래가 산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1.07 14:46
  • 조회수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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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는 시민 몫, 이익은 민간 몫”... 2,148억 청구서 앞에 선 시민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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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5월 26일, ‘수도권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달렸던 의정부경전철이 멈춰 섰다. 물리적인 운행 중단이 아니라, 경영적 사망 선고인 ‘파산’이었다. 개통 4년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간 일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민간사업자가 파산으로 손을 털고 떠난 자리에 남겨진 2,14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빚잔치는 2026년 오늘까지도 의정부 시민의 지갑을 옥죄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주민감사청구가 단순한 과거 들추기가 아닌, 우리의 생존권을 위한 ‘골든타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오차’가 아니라 ‘조작’에 가까운 수요 예측이다.


개통 첫해, 경전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1만 2천 명이었다. 당초 협약된 예측 수요 7만 9천 명의 고작 15% 수준이다. 이것을 단순한 통계적 오차라고 부를 수 있는가? 


1999년의 낡은 통행 데이터를 21세기에 적용하고, 비현실적인 수단분담률을 적용해 뻥튀기한 결과였다. 이는 명백히 ‘설계된 실패’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이 사업의 타당성 검토가 과연 정상적이었는지, 그 행정적 책임을 지금이라도 따져 묻지 않는다면 행정은 영원히 면죄부를 쥐게 될 것이다.


둘째, 자본주의의 원칙이 무너진 ‘기형적 정산’ 구조다.


민자사업의 대원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수익을 민간이 가져간다면, 실패에 대한 위험 역시 민간이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의정부경전철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운영사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파산을 선택해 탈출했다. 그런데 왜 의정부시는 그들에게 ‘해지시지급금’이라는 명목으로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쥐어줘야 했는가? 

이 과정에서 장부가액 산정은 적절했는지, 시민의 혈세가 민간 자본의 ‘손절매 비용’으로 유용된 것은 아닌지, 감사를 통해 그 ‘블랙박스’를 열어야 한다.


셋째, 이것은 ‘미래’를 지키기 위한 예방주사다.


가장 서늘한 공포는 앞으로 닥칠 미래에 있다. 의정부시는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캠프 스탠리 등 미군공여지 반환과 대규모 개발이라는 거대한 판을 앞두고 있다. 경전철보다 훨씬 더 큰 자본과 이해관계가 얽힐 사업들이다.


만약 우리가 경전철 사태의 원인(부실한 예측, 불공정 계약, 책임 회피)을 규명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자본은 의정부시를 ‘학습된 호구’로 인식할 것이다. 제2, 제3의 파산 사태가 미군공여지 개발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감사는 과거를 처벌하기 위한 칼날이 아니다.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우고, 앞으로 다가올 거대 자본 앞에서 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의 세금이 민간 기업의 실패를 메우는 데 쓰여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인 ‘주민감사청구’는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강력한 권리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2,148억 원의 청구서는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로 날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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