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인사가 군민 세금 앞에 당당한가

가평군의 최근 인사는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을 남겼다. 이 인사는 과연 군민의 세금 앞에 당당한가.
퇴직을 불과 몇 달 앞둔 공무원을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핵심 부서 과장에 앉혔다.
형식은 6개월 재직이지만, 냉정하게 계산해 보면 실제 근무 가능한 기간은 두 달 남짓이다. 사무관 의무교육, 연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손에 꼽힌다. 이것이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행정이 취해야 할 선택이었는지, 가평군은 답해야 한다.
사무관은 명예직이 아니다. 예산을 책임지고, 회계를 통제하며, 조직의 판단을 실무로 집행하는 책임의 자리다. 그 책임을 구조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의 인사에게 맡겼다면, 그 순간 인사는 보상이 되고, 행정은 공백이 된다.
군민이 납부한 세금은 ‘말년 경력 정리’를 위해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행정 서비스와 책임 있는 판단을 보장하라고 있는 것이다.

군은 말한다. “승진 배수 안의 합법적 인사다.” 그러나 행정은 법 조항만 지키면 끝나는 행위가 아니다. 합법은 최소 조건일 뿐, 정당성과 합리성은 그 위에 있어야 한다.
두 달짜리 사무관 인사가 과연 예산 집행의 책임성과 행정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었는지, 군은 단 한 번이라도 군민의 관점에서 이 질문을 해봤는가.
이번 인사의 명분으로 제시된 것은 ‘성과’다. 성과관리팀장 시절 종합평가 순위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성과평가는 조직 전체의 결과다. 더구나 성과관리팀장의 본래 임무가 바로 그 성과를 관리하는 일이라면, 이를 말년 승진과 핵심 보직의 결정적 근거로 삼는 것은 성과의 개념을 왜곡하는 일이다. 성과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성과가 행정 공백을 감수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인사를 둘러싼 문제는 특정 개인에게 있지 않다. 문제는 그 판단을 내린 인사 시스템과 군정의 선택에 있다. 예측 없는 인사, 승진과 보직을 구분하지 않는 관행, 실근무 개념조차 없는 형식적 기준.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오늘의 논란은 내일의 반복이 된다.
가평군은 이제 분명히 답해야 한다. 이 인사가 행정의 연속성을 높였는가. 이 인사가 군민 서비스의 질을 개선했는가. 이 인사가 세금의 책임 있는 사용이었는가. 어느 하나라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면, 이 인사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인사는 군정의 얼굴이다. 기준 없는 인사는 행정 신뢰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두 달짜리 사무관 인사는 가평군 인사가 어디까지 느슨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기준이다.
사무관 승진 후 최소 실근무 기간의 명문화,승진과 보직의 분리,예외 인사의 투명한 공개와 검증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외면한다면, 가평군은 다음 인사 때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인사가 군민 세금 앞에 당당한가.”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팩트체크] 면접 질문지 ‘사전 유출’ 의혹…확인된 사실은 어디까지인가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 면접을 앞두고 면접 질문지가 사전에 유출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지역언론은 6일 관련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보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렇다면 실제 질문지는 언제 만들어졌고, 누... -
3개 시·군 단체장 재산 뜯어보니…백영현 29.9억·서태원 15.1억·김덕현 14.1억
경기북부 인접 지역인 가평·포천·연천 3개 시·군 단체장의 2026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비교한 결과, 신고재산 규모뿐 아니라 재산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백영현 포천시장은 29억9,326만2천원, 서태원 ... -
[끝까지 판다] 다 해놓고 이제 와 공법 바꾸자?…가평 소각장 ‘뒤늦은 열분해론’ 저의는
4년간 주민을 설득해 입지를 정하고, KDI 검토를 거쳐 제3자 제안공고와 업체 평가 단계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각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가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하루 85톤 규모 자원회수시설을 둘러싸고 최근 일부 주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존 스토커 방식에 문제를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