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동고 이미경 교장, 1991년 제자 오명실 씨와 감격의 상봉
- "중국어 가르치던 열정의 초임 교사, 이제는 백발의 교장으로"
- 35년 전 의정부 경민외고 시절 인연... 삭막한 교육계 울린 '참된 스승'의 의미

강산이 세 번 하고도 반이 더 변한다는 35년의 세월. 그 아득한 시간을 뛰어넘어 스승과 제자가 다시 마주 섰다. 머리카락엔 어느덧 세월의 서리가 내려앉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1991년의 그 봄날처럼 따뜻했다.
최근 포천 일동고등학교(교장 이미경) 교정에서 펼쳐진 한 편의 영화 같은 재회가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이 학교 이미경 교장과 그의 35년 전 제자 오명실 씨다.
◇ 1991년, 열정 가득했던 '중국어 선생님'과 '단발머리 여고생'
시계바늘을 1991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의정부 경민외국어고등학교(현 경민IT고) 교단에는 갓 부임한 청년 교사 이미경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제2외국어인 '중국어'를 가르치던 그는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학생들을 이끌었다.
그 1학년 교실 맨 앞줄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칠판을 응시하던 여고생 오명실이 있었다. 이 교장에게 오 씨는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교직 인생의 첫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간 각별한 제자였다.
오명실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선생님은 단순히 중국어 단어를 가르쳐주시는 분이 아니었다. 넓은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셨던, 인생의 등대 같은 분이셨다"고 털어놨다.
◇ "선생님, 저 명실이예요"... 눈물로 확인한 사제지정
졸업 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사람. 연락이 끊긴 지 35년이 흘렀다. 평교사였던 선생님은 어느덧 한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이 되었고, 풋풋했던 여고생은 중년의 여인이 되었다.
긴 세월을 건너 일동고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선 오명실 씨가 "선생님, 저 1학년 때 반장 명실이예요"라고 운을 떼는 순간, 이미경 교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35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단숨에 서로를 알아봤다.
이미경 교장은 "교직 생활을 하며 수많은 제자를 만났지만, 이렇게 긴 세월이 지나 잊지 않고 찾아와 준다는 것은 교사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자 보람"이라며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내 앞에 다시 서 준 제자가 너무나 고맙고 대견하다"며 제자의 손을 꼭 잡았다.
◇ 교권 추락 시대, 다시 생각하는 '스승의 은혜'
최근 교권 침해와 사제 간의 갈등으로 교육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명실 씨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께서 따뜻하게 보듬어 주셨던 그 온기가 생생하다"며 "꼭 한번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정한 교육이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긍정적인 자국을 남기는 것임을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이 증명하고 있다. 삭막해져 가는 세태 속에서 피어난 35년 만의 사제지정(師弟之情)이 유독 따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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