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불모지의 오명을 벗고 ‘돌아오는 도시’로 거듭난 포천시의 실험
지방 소멸의 시계가 가파르게 돌아가는 지금,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교육’은 계륵 같은 존재다. 성과는 더디고, 티는 안 나며, 예산은 밑 빠진 독처럼 들어가기 일쑤다. 그래서 많은 지자체가 화려한 축제나 랜드마크 건설 같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한다. 하지만 백영현 포천시장은 달랐다. 그는 가장 정직하고도 무거운 정공법을 택했다. 바로 ‘곳간’을 여는 것이었다.
백 시장이 30일 ‘제41회 경기교육대상’을 수상하고, 앞서 청소년들이 직접 뽑은 ‘청소년 희망대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것은 단순한 상복(賞福)이 아니다. ‘교육이 곧 도시의 생존’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빚어낸, 처절하고도 의미 있는 승전보다.
◇ 숫자가 증명한 ‘진정성’, 구호가 아닌 예산으로 말하다
정치인의 말은 화려하지만, 행정가의 진심은 예산서에 담긴다. 포천시의 교육 성과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보면, 그 핵심엔 ‘파격적인 투자’가 있다. 민선 7기 당시 67만 원에 불과했던 학생 1인당 교육경비 지원액을 120만 원으로 2배 가까이 늘린 결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정 자립도가 높지 않은 경기 북부 지자체 현실에서, 이는 다른 분야의 예산을 덜어내는 ‘살 깎는 고통’을 감내했다는 뜻이다.
“돈 쓰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속설은 포천시 교육 행정에서 명제가 되었다. 2026년까지 133만 원으로 지원액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은, 교육을 단순한 복지가 아닌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로 규정했음을 보여준다.
◇ 떠나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정주(定住)의 조건’을 바꾸다
투자의 성적표는 냉정하고도 정확했다. 그동안 포천은 아이가 크면 의정부나 서울로 이사 가는 것이 당연시되던 ‘교육 유출 도시’였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 흐름이 역전되었음을 증명한다. 2024년 관외 전출 학생이 11% 감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무려 41%가 급감했다. 관내 고교 진학률 89%, 4년제 대학 진학률 52% 달성이라는 수치는 학부모들의 불안이 신뢰로 바뀌었음을 방증한다.
이는 교육 정책이 단순히 ‘성적 올리기’에 그치지 않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정주 여건의 핵심 키(Key)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니 인구가 머물고, 인구가 머무니 도시의 활력이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남겨진 과제: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의 혁신으로
백 시장이 청소년 1,000명의 투표로 ‘희망대상’을 수상한 것은 관(官) 주도의 일방적 행정이 아니라, 수요자인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이제 막 ‘탈 포천’을 막아세웠을 뿐이다.
진정한 ‘교육 명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예산 투입이라는 ‘하드웨어’ 확충을 넘어, 교육의 질적 내실을 다지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히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포천만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문화,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교육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백영현 시장과 포천시 앞에 놓인 다음 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시장이 바뀌거나 재정 상황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교육 시스템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금의 찬사가 일시적인 ‘반짝 효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시민사회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치밀한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완성해야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 도시 하나를 살리기 위해선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포천시의 실험이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BEST 뉴스
-
[직격인터뷰] 포천에 집 두고 가평 모텔살이…연제창은 왜 ‘한 달 살기’를 택했나
-민주당 포천·가평지역위원장 취임 후 가평읍·청평·설악·조종서 일주일씩 생활 -“잠깐 방문해 명함만 돌려서는 가평의 소외감과 절박함 이해할 수 없어” -“특정 정당만 지지하기보다 잘하면 기회 주고 못하면 바꾸는 영리한 선택 필요” 가평군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공유... -
[집중취재|물 위에 세운 파크골프장③] 표준도 없이 ‘90홀·100홀’ 경쟁…이제는 많이보다 안전하게
-정부, 입지·법적 절차·안전·홀 거리 담은 국가 표준모델 연구 -가평 대성리 생활권 90홀·의정부 장기적으로 100홀 확충 추진 -포천·연천도 전국대회와 관광객 유치 경쟁…이용객은 무한하지 않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뒤에야 정부가 국가 표준모... -
[집중취재|물 위에 세운 파크골프장②] 비 오면 잠기고 세금으로 복구…하천변 구장의 값비싼 청구서
본보는 가평군을 비롯한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파크골프장 건설 실태를 점검하고, 하천부지 침수 위험과 반복 복구비, 환경 훼손 및 중복투자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편집자 주- -토지매입비 줄였지만 침수·토사유입·잔디복구 비용은 별도-가평은 상류 집중호... -
재임 5년차에도 ‘기자회견’ 회피한 서태원…포천 9회·연천 11회와 대조
-단체장 침묵과 지역 언론의 ‘보도자료 받아쓰기’가 만든 검증 공백 서태원 군수가 "군민 숙원사업"이라고 말한 "군립의원 건립"...당초 9월 착공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왜 늦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설명'없이 '업무협약=MOU'한 결과만 말하고 있다.[출처/가평군 제공] 경기 가평군 서태원 군수가 2022년 ... -
[단독] 본보 보도한 포천시의원 ‘산악회 현금 찬조’ 의혹, 선관위 고발로 이어져
본보가 지난 7월 13일 단독 보도한 포천시의회 의원의 산악회 ‘현금 찬조금’ 의혹이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 고발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포천시의회 A 의원은 지역 산악회... -
연천 윤재구 의원은 왜 포천시 조직개편을 소환했나
-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 지적과 분석 인용 -조직개편 필요성보다 ‘진단·비용·성과 검증’ 문제 제기 -공무원 출신 단체장의 관료적 조직 확대 경계 의미도 -연천군의회 향해 “집행부 개편안 냉철하게 심사해야” 연천군의회 외경[사진/정연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