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직이라더니 연 수백만 원에 지역 유지 대접…‘완장 욕심’이 빚는 구조적 병폐

연말이 되면 가평군 곳곳에는 어김없이 “○○리 이장 선거” 현수막이 내걸린다. 표면적으로는 ‘마을을 위한 봉사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장(里長)이지만, 정작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봉사?” “희생?” 주민들은 “실제론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장직을 둘러싸고 갈등·압박·막말·사퇴가 이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했다.
이름은 봉사직, 실제로는 ‘최소행정단위의 권력자’
이장은 행정과 주민을 잇는 최일선의 선출직 공무적 지위를 가진다. 하지만 그 권한은 결코 작지 않다. 정부 기본수당 월 40만원,마을별 수당·회의참석비·겸직 수당(농협 대의원, 영농회장 등)연 수백만 원, 가평 모 마을 기준 연 900만원 안팎의 수령액이 흔하다는 것이 주민들 사이의 공공연한 이야기다.
여기에 면사무소·농협·지역기관에서 ‘유지(有志)’ 대접을 받는 특권적 위치가 더해지며, 일부 이장들은 사실상 ‘작은 동네의 권력자’처럼 군림한다. 한 주민은 “이장 한 번 하면 스스로 못 내려놓는다.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는 ‘형식’, 현실은 ‘끼리끼리 밀어붙이기’
행정기관은 매년 “마을총회·추천·투표 등 공정절차를 지키라”고 지침을 내린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마을에서는 관행적 호선.사전 지명식.‘암묵적 순번제’.친분·파벌 중심의 추천이 버젓이 작동하고 있다.
절차를 지키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한 면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투표를 해도, 사실상 후보가 한정돼 있고 ‘밀어붙이기’ 압박이 있어 분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가평의 A 마을에서는 이장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가 선거관리위원장을 집까지 찾아가 압박해 결국 사퇴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커졌다. “노인회장이라고 해서 네 맘대로 하느냐”는 고성, 반말, 위협성 언행까지 녹취로 확인됐다.
왜 이장직을 이렇게 탐내는가… 해답은 ‘명예 + 수당 + 권한’
이장직은 단순히 마을방송을 하고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선다. 마을 예산 집행 과정에 영향.각종 공모사업·지원사업 정보 우선 접근.농협 및 지역기관과의 네트워크.지역사회 내 ‘유지’ 대접.공공기관 직원들의 예우 등등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하며, 이장직은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자리”가 된다. 한 마을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보라. 이장하려는 이유가 봉사 때문인가? 명예·수당·권한 때문이지.”
‘전국동시 이장선거’가 필요한 이유
농협은 이미 전국적으로 조합장 선거를 통일된 일정·절차로 시스템화했다. 그러나 이장선거는 마을마다 제각각 방식으로 진행되며, 갈등의 온상이 되고 있다. 대안은 전국 또는 시·군 단위 동시 이장선거제 도입.표준화된 선거관리 규정 마련.외부 참관인 제도.주민투표 방식의 의무화.선거 과정의 행정 개입·감독 강화이다. 가평군의 한 전직 공무원은 말했다.“이장직은 사실상 기초단위의 공적 권한을 행사한다. 이런 자리를 ‘관행’으로 뽑는 건 더는 시대착오다.”
연말마다 반복되는 ‘잡음’… 이장 완장의 속내를 직시해야 할 때
지금 가평군 곳곳에서 이장선거 관련 현수막이 걸리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 싸움 나겠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갈등의 본질은 단순히 ‘사람 간의 다툼’이 아니다.이장직을 둘러싸고 존재하는 수당·권한·명예·특혜 구조가 문제의 뿌리다.이장직은 주민을 위한 봉사직이 맞다.그러나 현실에서 이장직을 둘러싼 행동은 “봉사”가 아니라 “욕심”에 가깝다.가평군 전체가 직면한 이 문제는 단지 한 마을의 분란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제도적 시스템화와 선거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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