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가 35억 원을 들여 ‘한탄강 세계드론제전’을 개최했다. 드론이 밤하늘을 수놓던 그 시간,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내촌면과 이동면, 노곡리의 수해 현장은 아직도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너진 제방과 휩쓸린 농경지, 비닐로 덮인 잔해 더미는 그대로인데 시는 축제의 불빛 아래 박수를 받았다. 이것이 ‘지역 발전’의 이름으로 포장된 행정의 현실이라면 참담하다.
지난여름 폭우로 포천은 176가구 주택, 127곳 도로 등 총 458건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복구는 지지부진했고, 주민들은 여전히 침수의 상흔 속에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단 8분짜리 드론 쇼를 포함한 일주일 행사에 3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에서 “혹세무민(惑世誣民)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행정’은 지방정치의 고질병이다. 주민의 고통과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화려한 이벤트와 축제를 통해 여론을 달래려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드론제전은 예산 낭비를 넘어 ‘선심성 축제’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파급 효과가 지역민에게 돌아갔는지는 불투명하다. 행사가 끝난 자리에 남은 것은 천문학적 비용과 무거운 회의감뿐이다.
하천 정비와 치수(治水)는 포천의 생명선이다. 유왕현 면암숭모사업회장의 지적대로 포천의 하천들은 주변 농지보다 바닥이 높은 ‘천정천(天井川)’ 구조를 지닌 탓에 집중호우에 특히 취약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장식 ‘블루웨이’ 조경사업보다 근본적인 준설과 보(洑) 설치 같은 실질적 치수 대책이 먼저다. 그러나 시는 또다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사업으로 ‘성과’를 연출하고 있다.
‘축제 행정’은 정치인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예산으로 빛을 쏘아올리는 동안, 시민의 눈물은 어둠 속에 묻힌다. 지방정부가 진정으로 책임을 다하려면, 드론 불빛이 아니라 복구 현장의 땀방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쇼가 아니라 안전한 일상이다.
포천시는 지금이라도 행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 선거용 이벤트를 멈추고, 피해 복구와 하천 정비 같은 근본적 민생 과제에 예산을 돌려야 한다.
35억 원의 축제가 남긴 것은 잠깐의 불꽃과 깊은 불신뿐이었다. 지역을 살리는 것은 드론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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