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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축제장의 춤과 사라진 공동체 의식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10.12 21:24
  • 조회수 55,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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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청평면의 밤은 참으로 잔인했다. 지난 11일 밤, 평화로웠던 한 횟집에서 불이 났다. 40대 부부와 10대 자녀 둘, 일가족 네 명이 연기 속에서 허망하게 스러졌다. 평생을 일군 터전이자 삶의 공간이었을 그곳에서, 단 한 줌의 애도도 받지 못한 채 말이다.

 

이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 지 채 15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늘(12일), 불과 600m 떨어진 곳에서 축제가 5시간 동안 요란하게 펼쳐졌다. 이 축제장의 풍경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현주소를 씁쓸하게 보여준다.


김경수춤.JPG

 

▲김경수 가평군의회 의장이 "춤을 잘 춘다"는 진행자 칭찬에 힘입어 춤을 추고 있다.[사진/NGN뉴스]

 

축제를 주도하고 참석한 지역 인사들의 목록을 보라. 김경수 군의장, 김종성 부의장, 군의원들, 도의원, 그리고 면민을 대표한다는 면장과 이장협의회장까지. 민의를 대변하고 재난 시 지역 사회의 안전과 정서를 책임져야 할 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공식적인 애도의 말 한마디를 꺼내지 않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김경수 군의장의 행태다. 일가족 네 명의 시신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그는 객석에서 춤을 추며 축제를 만끽했다. 진행자가 이 모습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우자, 그는 보란 듯이 춤을 더 춰 보였다. 

 

타인의 고통과 비극 앞에서 이토록 냉혹하게 자기중심적인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과연 '민의의 대변자'라 불릴 자격이 있는가.

 

그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음악 속에 젖어있을 때, 정작 비극의 현장에는 이름 없는 이의 슬픔만이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불길이 할퀴고 간 참혹한 잔해 앞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조용히 내려두고 갔다. 화려한 무대의 축사가 난무하는 동안, 그 국화 한 송이는 네 명의 희생자를 향한 가장 진실하고 애절한 '묵념'이었다.

참변 국화 수사중.jpg

주민 대표들의 입에서는 애도가 사라지고 오직 축사만이 맴돌았지만, 그 익명의 국화꽃은 "당신들은 우리 이웃이었고, 당신들의 고통은 곧 우리의 아픔이다"라는 공동체 본연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름 없는 그 꽃 한 송이가, 수많은 지역 유지들이 모여 춤추고 웃던 축제장보다 훨씬 더 숭고한 '공동체'였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이러한 '냉혈한'행태는 5년 전의 비극을 떠올리게 해 더욱 분노를 키운다. 2020년 8월, 청평면 산유리에서 산사태로 3대가 목숨을 잃었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군수와 군의원들은 애도는커녕, 희생자들의 주소가 가평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평군 봉안당 사용마저 거부했다. 

 

당시 언론의 강력한 개입으로 겨우 임시 봉안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가평 주민'이 아니면 그저 무관한 '타인'에 불과했다는 섬뜩한 방증이다.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성은 공동체를 갉아먹는 독버섯이다. 자신의 정치적 활동, 자신의 지역 행사만이 중요하고, 타인의 생명과 고통은 자신들의 '영역' 밖의 일로 치부하는 순간, 그 집단은 더 이상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다.

국화송이계단.jpg

가평 지역사회는 5년 만에 반복된 비극 앞에서, '우리 안의 이기심'이 어떻게 공동체의 도덕적 감수성과 인간성을 파괴하고 있는지 처절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비극 앞에서 슬픔을 나눌 줄 모르는 곳에, 진정한 지역 발전과 행복은 피어날 수 없다. 가평의 축제장에서 울려 퍼진 춤사위는, 희생된 네 명의 넋을 위한 묵념이 아니라, 공동체 윤리의 참담한 조종(弔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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