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사업은 지역 발전을 위한 마법의 주문일까, 아니면 시민의 혈세를 조금씩 갉아먹는 ‘양날의 칼’일까. 국비와 도비 지원을 따내기 위한 ‘공모전 열풍’이 지방자치단체 현장에서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도시일수록 “외부돈”을 끌어오자는 유혹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함정에 대해, 동두천시의회 김재수 의원은 예리하고 단호하게 경고장을 내밀었다.
◇공모사업, 왜 ‘독’이 될 수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외부 자금이라는 미명 하에 ‘내부 부담’과 ‘시민의 실익’ 검증이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다는 사실이다. 국·도비 지원이 확정된 순간, 필수로 따라붙는 ‘시비 매칭’은 결국 시민 주머니에서 빠져나간다.
더욱 심각한 건, 실제적인 지역 수요와 전혀 무관하게, 단순히 사업비를 확보하려는 ‘성과 중심’의 공모사업이 남발될 때 초래되는 행정 비효율과 재정 낭비다.
김재수 의원이 지목한 ‘사후 통보’ 관행은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무색케 한다.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나 시민 의견 수렴 없이 응모부터 하고, 선정된 다음에야 “돈 받아왔으니 예산을 통과시켜 달라”는 식의 접근은 의회를 절차적 거수기로 전락시킨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집행의 오류가 아니라, 민주적 지방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공모사업, ‘성과 수치’ 아닌 시민의 삶 중심이어야
오늘날 지방정부의 진짜 과제는 숫자싸움이나 보여주기에 있지 않다. ‘선정됐다’는 치적 홍보를 위한 공모사업이 아니라, 정말 시민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전략적인 사업만이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예산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의 중장기 정책 방향과 실질적 실익에 부합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김재수 의원의 네 가지 제언은 바로 이 시작점에 있다.
- 충분한 사전 타당성 분석
- 의회와의 실질적 사전 협의
- 시민 의견의 수렴과 반영
- 실효성에 입각한 성과 평가
이 네 가지 원칙이 자리 잡지 않는 한, 공모사업은 ‘외부 돈을 유치했다’는 짧은 박수 뒤에, 긴 허탈함과 부담만을 남길 수 있다.
◇책임 있는 행정, 철저한 견제 속에서 완성된다
지방행정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이다. “우리 지역에 어떤 사업이 꼭 필요한가? 이 투자로 시민은 달라진 생활을 체감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재정의 규모도, 외부지원 금액도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행정은 시민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의회는 이런 행정이 시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묻지마 공모사업이 줄 수 있는 실패의 뒷맛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경험했다.
동두천의 사례가 전국 지자체에 경종을 울린다. ‘공모사업’이라는 용기에 담기는 것은 결국 돈만이 아니다. 시민의 기대와 세금, 그리고 지역 사회의 미래까지 함께 들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실질과 시민의 목소리가 먼저다.
이 경고에 진심으로 응답한다면, 동두천을 비롯한 지방도시 모두가 ‘공모사업의 함정’을 딛고 진정한 시민중심 행정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의회와 행정, 그리고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전략적인 협치가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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