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공서열’ 깬 혁신 뒤에 숨은 ‘줄 세우기’ 논란…투명한 평가 시스템 없이는 공감 얻기 어려워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의정부시가 민선 8기 후반기를 앞두고 단행한 파격적인 승진 인사는, 이 명쾌한 명제를 조직 혁신의 칼로 삼았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연공서열의 관행을 깨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를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결국 ‘시장 코드’에 맞는 줄 세우기 인사가 아니냐”는 냉소와 함께, 묵묵히 일해 온 다수 공직자들의 깊은 허탈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는 ‘성과주의’라는 양날의 검이 가진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 성과주의라는 양날의 검
물론 성과주의는 조직의 침체를 막고, 유능한 인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시의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과장들이 서기관으로 발탁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문제는 ‘성과’라는 단어가 가진 모호함에 있다.
한 공무원의 토로처럼, 성과가 객관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으로 측정되지 않고 “지휘부의 의중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성과주의는 가장 교묘한 형태의 ‘정실인사’로 변질될 수 있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리더의 주관적 판단이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 불신이라는 씨앗
이번 인사가 공직사회에 던진 가장 큰 파장은, 예측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는 점이다.
연공서열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그것은 적어도 조직 구성원들에게 ‘성실하게 일하면 순리가 온다’는 최소한의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 순리를 믿고 기다려온 이들에게 이번 파격 인사는 허탈감을 넘어, 조직에 대한 깊은 불신의 씨앗을 심었을 수 있다.
여기에 승진이 행정직에 편중되면서 기술직 등 소수 직렬의 소외감이 더해지는 것은, 조직 전체의 건강성을 해치는 또 다른 위험 신호다. ‘성과’라는 이름 아래 조직 내 새로운 차별과 갈등이 싹트고 있는 셈이다.
◇ 혁신의 전제조건은 ‘신뢰’다
의정부시가 진정으로 ‘일 잘하는 조직’을 원한다면, 파격적인 인사에 앞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순서였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성과를 평가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그 어떤 인사도 결국 ‘누군가를 위한’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과주의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성공의 전제조건은 ‘신뢰’다.
의정부시의 이번 실험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적인 혁신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더 깊은 내부 갈등과 불신만 남긴 실패로 귀결될지는, 지금부터 시가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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