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생(東死西生)…“동쪽으로 가면 죽고, 서쪽으로 가야 산다!?”
가평군 HJ메그놀리아에 연 10억 원 지원..응급병원 지정 했으나 '오진'사례 빈번
▲경기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HJ메그놀리아 병원[출처/홈페이 캡처]
군민 ‘응급환자의 86.1%가 다른 지역 병원’에 의존
가평군 응급 지정병원 HJ “오진 사례 많아서 못 믿겠다” 불만 높아
HJ 응급실, 엉치뼈 골절됐는데 X-선 판독도 못 해 ‘타이레놀’ 먹어라
10년간 대장서 용종 제거한 환자, HJ측은 “용종없다”에 환자 "대학병원서 다시 용종 제거"
인구 6만 3천여 명의 가평군은 고령화율 30%를 넘어섰다. 전국 평균(19%)보다 훨씬 높고, 경기도 평균(15.6%)의 두 배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는 그에 걸맞게 따라오지 못했다. 응급의료센터 도착률, 병상 공급률, 의료 장비 보유율 등 주요 의료 지표는 하나같이 전국 평균보다 한참 낮다.
24년 기준 가평군 관내 병의원의 주요 의료 장비 보유 현황은 초음파 33대, 일반 엑스선 23대, 혈액투석기 13대. 인공호흡기 8대, 유방촬영기 3대, CT 2대. MRI 1대로 취약하다.
의료진과 시설이 없어 군민 응급환자의 86% 이상이 다른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응급이 필요한 군민 1,618명 중 춘천 39.4%, 남양주시 17.47%, 구리시 8.45%, 서울 송파 6.20% 등 응급환자의 86.1%가 다른 지역 병원에 의존했다. (22 국민건강보험공단. 24 국립중앙의료원 자료)
입원환자도 다른 지역 병원에 의존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환자의 20.08%는 춘천 16.08%, 남양주 16.08%로 나타났고, 관내 입원 환자는 11.7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원환자의 88.0% 즉,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처럼 환자 10명 중 9명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건 ‘의료쇼핑’이 아니라 병원도 부족할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평군 관내서 야간 응급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HJ메그놀리아’가 유일하다. 이 병원을 지역 응급시설로 지정한 가평군은 연간 10억 가까이 지원한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높다.
▣오진 사례 1
며칠 전 해당 병원 응급실을 갔던 A 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오진을 했기 때문이다. 환자 A 씨가 응급실을 간 건 집에서 털썩 주적 앉으면서 엉덩(꼬리뼈 부분)이에 충격을 받았다.
병원 측의 권유로 “X선을 찍고 젊은 의사가 판독했다”라고 한다. 의사는 “뼈엔 이상이 없고, 충격을 받아 통증이 있으니 사흘 치 약을 처방해 주면서 타이레놀도 복용하면 된다”라고 했다고 한다. “통증이 심해 골절된 건 아닌가?” 걱정했던 A 씨는 “일시적 충격” 때문이라는 의사의 말에 안도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통증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읍내 정형외과에서 다시 X-레이를 찍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X-레이를 판독한 의사로부터 “엉치뼈에 V자 형태로 금이 갔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동네 의원에선 골절된 게 확인됐는데 명색이 종합병원 응급실에선 이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라며 황당하다고 분개했다.
▣오진 사례 2
군민 B 씨는 몇 년 전 이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기 위해 1박 2일 입원했다. 수면 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등 약 15가지 검사를 받고 1주일 후 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B 씨는 지난 10년간 서울의 모 대학병원서 종합검사를 했고, 그때마다 대장 용종을 제거했다. 그런데 HJ 병원 의사는 “대장에 용종도 없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또, 소변에 혈액이 섞여 있다고 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B 씨는 평소 다니던 대학병원에서 다시 종합검사를 하였고, 대장 용종을 제거했다. 그리고 HJ병원서 말했던 혈뇨도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HJ측이 오진을 한 것이다. B 씨는 HJ병원 검사비 250만 원, 그리고 오진으로 인하여 다시 종합검사를 하는 바람에 100여만 원은 경제적. 정신적 손해를 보았다.
▣오진 사례 3
지난해 12월 말, 군민 P 씨는 복통으로 HJ 병원에 갔다. 그러나 HJ 병원은 더 큰 병원으로 가라면서 남양주에 있는 중형급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곳에서 수술을 한 P 씨는 4개월 가까이 입원해 있다. 수술한 병원은 뒤늦게 “우리는 조직검사를 할 수 없으니,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라고 한다.
▣오진 사례 4(춘천)
가평서 동쪽에 있는 병원을 갔다가 안 해도 되는 수술을 할 뻔했던 사례도 있다. 공직자 출신 D 씨는 구강에 문제가 있어 춘천의 모 대학 병원을 갔다. 병원 측은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했다. D 씨는 지인의 말을 듣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했다. 수술하지 않고 약물 치료로 완치됐다.
▣오진 사례 5(춘천)
가평에 사는 K 씨는 3년 전 목에 이물감이 생겨 춘천의 모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역류성 식도염이라면서 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호전되지 않아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후두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K 씨는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어 수술을 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를 했다. K 씨는 “춘천서 처방해 준 역류성 식도염 약만 먹었다면 병을 키웠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아찔하다고 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춘천 모 대학병원과 의원, HJ병원은 가평읍을 기준으로 동북, 또는 동남 방향에 있다. 앞서 언급한 5가지 ‘오진 사례’ 모두 공교롭게도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서쪽에 있는 병원에서 ‘오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군민들 사이에선 “동사서생(東死西生)” 즉, “동쪽으로 가면 죽고, 서쪽으로 가야 산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오진’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의료사고일 수 있다. 그럼에도 오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전문의 부재, 경험 부족. 판독 부실’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250만 원을 들여 HJ 병원서 종합검사를 하고도, 오진이 의심되어 다시 서울 모 대학병원서 검사를 했던 K 씨는 “1박 2일 검사를 하면서 의사는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병원이 보유한 의료 장비도 중요 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은 영상의학 전문의의 판독이 더욱 중요하다. 동네 의원에서도 발견한 골절 판독을 명색이 응급병원으로 지정한 종합병원에서 “이상이 없으니 처방 약과 타이레놀을 먹으면 된다”라는 오진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이처럼 ‘오진’으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는 데도 HJ 매그놀리아 병원을 “응급 지정 병원”으로 지정한 가평군은 연 간 10억 원의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