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못 봤으면 ‘고로쇠 잔치\'를 했을 텐데….
2년 전엔 “꿀단지” 받더니…. 접대에 익숙한 의회!?
“민원인으로부터는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습니다”는 말뿐

10일 오전 11시, 가평군 의회 입구에 화물차가 서 있었다. 화물차에는 고로쇠가 실려있었다. 고로쇠를 갖고 온 사람은 K 씨. 그는 “의원님들이 고로쇠를 드셔보라고 갖고 왔다”라고 말했다.
▲의회 직원 두 명이 고로쇠 8박스를 받아 사무국으로 갖고 갔다.[사진/정연수 기자]
상자 안에는 1.5리터 고로쇠 12개가 들어있다. 박스당 6만 원~6만 5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의회가 받은 고로쇠 값은 최소 5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사무국까지 힘들게 갖고 갔던 고로쇠를 갑자기 돌려줬다고 한다. 기자가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 찍는 걸 사무국 직원이 보고 문제가 될 것 같아 돌려줬다고 한다.
기자가 목격하지 않았다면 ‘무상으로 고로쇠 잔치를 했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무과 관계자는 "산림과 A 팀장으로부터 일시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라면서 "산림과로 다시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 팀장이 3박스만 산림과에 주고 나머지 5박스는 의회에서 맛을 보라고 하였으나, '찝찝'해서 모두 산람과에 전달했다"라고 주장했다.
고로쇠를 받던 곳에는 청렴 연중 캠페인 “민원인으로부터는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글이 있었다. 말로만 하는 청렴 캠페인을 한다는 지적이다.
▲2023년 당시 군 의장에게 전달한 꿀단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이른바 꿀단지 사건이다. 지난 2023년 2월과 11월 두 차례 당시 지역 한봉협회 임원들은 가평군청을 방문해 군수와 부군수, 군 의장에게 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토종꿀(1.2kg) 선물했다.
협회가 꿀을 전달한 2023년은 가평군이 채밀기 보조금 지원을 결정하고 사업을 시행한 해다. 제보자의 주장처럼 꿀 선물은 지난해 한봉협회 소속 농가의 보조금 지원 시점과 맞물려 있을 때여서 의혹을 받았다.
이처럼 대낮에 민원인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버젓이 무상 선물을 받는 걸 보면, 의회가 뇌물성 접대에 둔감할 뿐 아니라 받는 데 익숙해 있음을 방증한다.
가평군 의회가 민간인으로부터 고로쇠 8박스를 무상으로 받은 것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고로쇠 8박스가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는 1회 10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으며,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금액에 상관없이 금지된다.
또한, 이러한 선물이 법에서 정한 예외 사유(예: 친족 간의 거래, 공개된 행사에서의 경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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