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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도수보다 낮은 산림개발 경사도”

‘소주 16.9도, 경기도 경사도 1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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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뉴스 정연수기자 | 기사입력 : 2020.10.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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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 지자체들 강력 반발

-대한건축사협회 경기도 건축사회 소속 경기 북부 회원들 단체 행동 움직임

  

[가평 NGN뉴스] 정연수 기자=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해 예방 및 산림 보전을 위해 경기도 내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 지침을 31개 시·군에 시달했다. (본보 10.17일 보도).

 

경기도가 각 시·군에 전달한 지침의 주요 골자는 산림을 이용한 개발 행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산림을 개발할 때 ①진입도로 개설 ②옹벽 높이를 현행 15m에서 최대 6m로 제한하고 ③경사도를 현행 25도에서 15도로 낮추겠다는 것 ④ 옹벽 설치 시 축대벽 간 수평거리 3m 이상 이격하고, 최대 2단 이하로 하고 소단도 현행 5m 마다 1미터씩 설치하던 것을 3m 마다 1.5~2m 이상으로 대폭 강화 및 제한했다.

  

경기도의 이런 방침이 전해지자 가평군을 비롯한 양평 등 경기 북부 지역 지자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 지사의 의중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경기 북부 지역 8개 시·군 및 건축사. 측량사회 등이 크게 반발하며 단체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재명 지사의 대응이 주목된다.

  

경기도가 마련한 지침대로 하면 경기 북부 각 지자체는 산림을 이용한 개발행위는 사실상 원천봉쇄 된다.

특히, 전체 면적의 82%가 임야인 가평군은 사형선고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인근 양평군과 접경 지역인 포천·연천·동두천·파주시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도가 마련한 지침은 산림 경사도가 낮은 경기 남부 지역 실정에나 맞는 이야기이다.

경기 남부 지역 지자체들은 논·밭이 많을 뿐 아니라 산은 북부 지역보다 현저하게 낮고 적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 북부 지역은 논·밭이 거의 없다. 가평군의 경우 농지 면적은 3,180ha로 전체 면적 가운데 3.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지리적 여건 때문에 가평군에 있는 신흥 주택들은 임야를 개발한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주택뿐 아니라 펜션들이 밀집해 있는 곳도 비슷하다.

 

경기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런 지침을 각 시·군에 전달한 취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권고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로부터 방침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난 2월부터 이 지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 조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라고 했는데 만약, 각 시·군에서 방침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냐? 는 물음에 대해서 경기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정한 방침을 추진하기 위해 아마도 ‘시장·군수와 협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은 안 지켜도 된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의 성향상 “시장, 군수가 부정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이 지사의 지시로 마련된 경기도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및 계획적 관리지침은 난개발로 인한 산사태와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원천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단세포적 조치라는 반론도 있다.

  

지난 2011년 7월 27일 강원도 춘천시 소양 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펜션 건물 안에 있던 대학생 등 13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다( 위 사진). 그 후 산림개발행위 시 경사도를 대폭 강화했다. 폭우가 내렸던 지난 8월 3일, 가평 산유리에서도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이재명 지사는 그 자리에서 경사도 문제를 거론했다. 산유리 산사태 사고는 올 초부터 이재명 지사가 지시한 산지 지역 난개발 방지 등에 대한 계획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계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그러나 10년 전 춘천 소양감 댐 인근 펜션 사고와 올해 가평 산유리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현장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라는 점을 이재명 지사는 간과하고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점. 두 번째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조립식 건물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는 산림을 개발한 장소에 주택을 짓지 않았다면 불행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생각만 한 것은 아닌가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재발 방지를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펜션과 전원주택들은 골조보다 시공비가 적게 드는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조립식 주택이 대부분이다. 패널을 이용한 조립식 주택은 화재에 취약 할 뿐 아니라 외력으로부터 경미한 충격에도 건물 변형이 올 정도로 약하다.

  

경기도 이천과 여주 지역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대형 화재 참사 건물도 조립식이었다. 이 지사의 논리대로 한다면 조립식 창고를 짓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또다시 조립식으로 대형물류 시설들이 곳곳에 신축되고 있다.

  

조립식 건물 강풍2.JPG

  

조립식 건물들이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뜯겨 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간혹 조립식 주택으로 돌진한 자동차가 건물을 뚫고 안방까지 진입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연합뉴스 2020.6.8일 식자재마트 직원휴게실 돌진 광주.jpg

  

이처럼 취약한 조립식 주택을 빗물과 뒤 범벅이 된 수천여 톤에 이르는 토사가 덮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건물이 높을수록 인명과 재산 피해는 크다. 건물이 2층인 예를 들어보자. 외력으로부터 충격을 받은 조립식 주택 1층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2층도 덩달아 붕괴한다. 그 순간 실내에 있던 모든 것들은 피할 시간도 없이 매몰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래서 인명피해가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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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4일 산사태로 청평면 한 호텔 1층 전체가 토사에 묻혔다.그러나 콘크리트 건물은 끄떡 없었다.(사진제공= 피해호텔)

 

반면 건물이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골조인 경우는 산사태에 의한 충격에도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사례는 없다.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던 지난 8월 4일, 가평 청평면에 있는 한 호텔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커피숍과 식당이 있는 1층을 덮쳤다. 15t 덤프트럭 17대 분량의 바위와 토사가 덮치는 큰 사고였다. 그러나 재산 피해는 피하지 못하였어도 건물 붕괴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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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 덤프트럭 17대 분량의 토사와 바위가 호텔 건물 1층을 덮쳤으나, 인명피해와 건물 붕괴는 발생하지 않았다(사진제공= 피해 호텔)

 

사고의 원인은 항상 현장에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전적으로 산림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단정 할 수 없다. 그러나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큰 근본 원인은 작은 충격에도 붕괴하는 허술한 주택 시공 방법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외면하고 법만 강화하려는 발상을 탁상공론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는 임야에 주택을 신축할 경우 "인.허가 시 위험 요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만이라도 "옹벽과 콘크리트 시공을 강제" 하여 외력으로부터의 충격과 피해를 막아 줄 수 있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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