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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선물인가, 군민 위한 인사인가”…가평군 ‘수개월짜리 사무관’ 재연 우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7.22 15:27
  • 조회수 177,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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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들 “산하기관장 최소 5년은 군민 삶 체험하며 공직의 먹물부터 빼야”

서태원당선증교부.JPG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서태원 군수가 당선증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군수 서태원)이 이달 말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정년을 불과 수개월 앞둔 공무원을 사무관이나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이른바 ‘퇴직 직전 승진’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군청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한 뒤 제대로 된 업무 성과를 내기도 전에 퇴직하고, 곧바로 군 산하기관의 최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회전문 인사’까지 반복되면서 가평군의 주요 보직이 일부 퇴직 공무원들을 위한 자리 나눠주기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공직 출신 퇴직자는 퇴임 후 최소 5년 이상 평범한 군민으로 살아보며 주민이 실제로 겪는 불편과 행정의 문턱을 체험해야 한다”며 “공직사회의 먹물이 빠지기도 전에 산하기관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가평군은 오는 27일 인사예고를 거쳐 30일 최종 인사를 발표하고, 31일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용복 건설도시국장과 회계과장의 퇴임에 따라 서기관 1명과 사무관 2명, 6급 팀장급 12∼14명 정도가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관급 보직의 약 40%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조직 전반에 걸친 대규모 보직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4개월짜리 서기관·100일 남짓 사무관…고위직이 ‘퇴직 선물’인가

 

공직사회에서 서기관과 사무관은 단순한 승진 자리가 아니다. 단체장은 이들과 지역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서기관은 국 단위 조직을 총괄하며 군정 현안을 조정하고, 사무관은 부서장으로서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 인사와 조직 관리에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

 

중앙정부 조직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장과 과장이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은 장관과 국무위원, 중앙부처 간부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군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평군에서는 실제 근무 기간이 불과 몇 개월에 그치는 고위직 승진이 반복돼 왔다.

 

이번에 퇴임하는 회계과장 역시 승진 후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교육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보직 수행 기간이 약 4개월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복 건설도시국장도 퇴직 전 준비휴가 등을 고려하면 실제 근무 기간은 약 5개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도 정년퇴직을 앞둔 A 씨의 사무관 승진 여부가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2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다. 문제는 이번 인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하더라도 약 6주간의 승진자 교육과 퇴직 전 휴가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보직 수행 기간은 3개월 안팎, 실제 근무일수로는 100일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수십 년간 조직에 기여한 공무원의 마지막을 예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핵심 보직을 퇴직자의 명예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를 두고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 지역 인사는 “사무관과 서기관은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달아주는 명예 계급장이 아니다”며 “업무를 파악할 때쯤 교육을 가고, 교육을 마치면 퇴직 준비에 들어가는 인사가 반복된다면 조직보다 개인의 명예를 우선한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핵심은 건설도시국장 인선이다. 현재 시설직 사무관 가운데 한 명을 서기관으로 승진시켜 건설도시국장에 임명하는 방안과, 권택순 경제산업국장을 건설도시국장으로 전보한 뒤 공석이 되는 경제산업국장에 행정직 서기관을 승진시키는 방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어떤 방안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국장은 물론 관련 과장과 팀장급까지 연쇄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도시국은 도로·하천·도시계획·건축 등 주민의 생명과 재산, 일상생활에 밀접한 업무를 총괄한다. 특히 가평군은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대규모 하천 개선복구사업, 제2경춘국도 건설, 각종 지역개발사업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승진 순번이나 퇴직자 예우가 아니라 재난복구와 건설행정 경험, 조직 관리 능력, 청렴성, 남은 재직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 퇴직 서기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산하기관 억대 가까운 연봉 최고위직으로

 

가평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문제는 군청 내부 승진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기관으로 퇴직한 인사가 퇴임 직후 군 산하기관이나 출연기관의 최고위직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면서 공개모집과 임원추천 절차가 사실상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통로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임으로도 가평군 서기관 출신 인사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은 체육·관광·문화시설 등 군민 생활과 밀접한 다수의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이다. 이사장은 조직 관리뿐 아니라 경영수지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 서비스 품질 향상에 책임을 지는 최고경영자다.

 

그럼에도 차기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임명 시기를 조율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최소 5년은 군민으로 살아봐야”…퇴직 공무원 재취업 제한 요구

 

지역사회에서는 군청 고위직 출신이 퇴직하자마자 산하기관장으로 되돌아오는 관행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공백 기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수의 주민은 “공직에 있을 때는 결재 서류와 보고만으로 주민의 삶을 판단하지만, 퇴직한 뒤 직접 민원인이 되고 행정서비스를 이용해 봐야 군민이 겪는 답답함을 알 수 있다”며 “최소 5년은 평범한 군민으로 살아보며 공직의 먹물을 빼고 주민의 눈높이를 배운 뒤 산하기관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의 먹물을 빼야 한다’는 표현은 퇴직 공무원의 경력과 전문성을 부정하자는 의미라기보다, 군청 내부의 시각과 인맥에서 벗어나 주민과 이용자의 입장에서 행정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요구에 가깝다.

 

산하기관장을 공개 모집할 때도 군청 근무 경력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공기업 경영 경험, 관련 분야 전문성, 혁신계획, 이해충돌 가능성 등을 민간 지원자와 동일한 기준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기다리면 돌아오는 자리’…무너지는 인사 신뢰

 

인사는 조직 운영의 방향과 단체장의 철학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지표다. 고위직 승진이 장기적인 조직 운영과 정책 성과보다 퇴직자의 명예와 순번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퇴직 후 산하기관장 자리까지 이어진다면 공직사회 내부의 인사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정 보직에서 능력과 성과를 입증하기보다 차례만 기다리면 사무관과 서기관을 거쳐 산하기관장까지 갈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가평군 인사는 ‘맛집 대기표’처럼 순번을 기다리는 배급제로 비칠 수 있다.

 

사무관과 서기관은 개인의 공직생활을 빛내기 위한 퇴직 선물이 아니다. 산하기관장 역시 퇴직 고위공무원의 노후를 보장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두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책임지고, 성과와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공적 자리다. 

 

가평군이 이달 말 인사에서 또다시 수개월짜리 ‘시한부 승진’을 반복할지, 아니면 전문성과 성과, 업무 연속성, 남은 재직기간을 기준으로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울지 공직사회와 군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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