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압선 철탑·철도 단절 이어 또 전용도로, 국토부 예산타령만

가평전철역,16년 전 전철 공사를 하면서 옹벽을 쌓아 가평읍을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이 때문에 역세권 발전을 가로막혔다.[드론/정연수 기자]
-국토부는 외면, 지역 정치권과 군의회는 침묵
가평군민들이 수십 년째 감내해 온 생활권 단절과 재산권 침해가 또다시 반복될 위기에 처했다.교통부가 추진 중인 제2경춘국도 건설사업이 가평역 북측 달전리 구간에 대규모 보강토 옹벽 방식으로 계획되면서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국가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만 강요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달전리는 가평읍 도심권에서 사실상 마지막 확장 가능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종 국가기반시설이 집중되면서 개발은 물론 정상적인 재산권 행사조차 어려운 상황이 지속돼 왔다.
우선 2010년 개통한 경춘선 복선전철이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남북 생활권을 단절시켰다.400m가 넘는 철도 옹벽과 성토 구간이 들어서면서 마을은 둘로 나뉘었고 주민들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굴다리 2곳과 좁은 보행통로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달전리 중심부에는 송전용 고압선 철탑까지 자리 잡고 있다. 고압선과 송전선로는 토지 이용에 상당한 제약을 주고 있으며 주민들은 오랫동안 건축행위와 개발사업, 토지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토부는 가평역 북측에 높이 15미터,길이 260미터 보강토 옹벽을 쌓을 예정이다. 이를 강행하면 가평역 일대는 16년전에 이어 또 다시 높은 장벽이 가로막힌다.[드론 정연수 기자]
한 주민은 "전철이 들어오면서 땅값이 오르기는커녕 마을이 갈라졌고, 고압선 철탑 때문에 건물 하나 마음대로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가사업 때문에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도로까지 지나간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전리 주민들은 철도와 고압선이라는 대표적 지장물로 인해 각종 개발계획이 번번이 무산되거나 지연돼 왔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가 추진하는 제2경춘국도마저 마을을 관통하는 형태로 건설될 경우 군청 소재지인 가평읍과 달전리는 사실상 사방이 국가시설에 둘러싸인 채 또 한 번 단절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문제의 구간은 가평역 북측 인근이다. 국토부는 이곳에 높이 약 15m, 길이 270m 규모의 보강토 옹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평군과 주민들은 옹벽 대신 교각 방식으로 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각으로 건설할 경우 공간 확보가 가능해 가평역 북측 출입구 설치와 광장 조성, 역세권 개발이 가능하지만 옹벽이 들어서면 사실상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가평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6천700명에 달해 경춘선 주요 역사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지만 출입구는 남측 한 곳뿐이다. 별내역과 평내호평역이 양방향 출입구를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뒤처진 시설이다. 가평군은 지난 2016년부터 북측 출입구 설치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교각 공법으로 변경할 경우 약 60억원의 추가 사업비가 발생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1조9천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에서 60억원을 이유로 지역의 미래를 포기하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고 반발한다.
더욱이 달전리는 향후 가평 발전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철도에 막히고, 고압선 철탑에 묶이고, 이제는 전용도로까지 관통하게 된다면 주민들의 재산권과 지역 발전 가능성은 또다시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역 정치권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평군은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설계 변경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지역 국회의원과 가평군의회 역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추진하는 대형 사업은 지역 발전과 주민 편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달전리 주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다.

가평읍 발전을 저해하는 건 철도뿐 아니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고압선 철탑도 문제다.[드론 정연수 기자]
전철이 마을을 갈랐고, 고압선 철탑이 땅을 묶어 놓았으며, 이제는 또 다른 전용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려 하고 있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국가균형발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평군민들은 더 이상 개발의 이름으로 희생만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사비 절감 논리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주민의 삶을 고려한 설계 변경이다. 국토부의 전향적인 결단과 함께 지역 정치권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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