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평 하천부지 사실상 사설주차장…가평군은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14일 오전 11시 '소화전'과 '보행자 통로'에 불법주차한 자동차,해당 업소에서 불법 주차를 유도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 상면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는 관광지가 아니라 거대한 교통전쟁터가 된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특정 식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멈춰 서고, 마을로 향하는 차량과 뒤엉키면서 극심한 정체가 반복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식당을 출입하는 차량 대부분이 중앙선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목원 방향에서 내려오는 차량은 식당으로 진입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고, 식당을 나온 차량 역시 서울 방향으로 좌회전하기 위해 다시 중앙선을 넘는다. 반대편 차량과 마주치는 순간 급제동과 급차선 변경이 반복되고, 운전자들은 순간적으로 핸들을 꺾으며 충돌을 피한다.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이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는 특정 식당 이용객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교통체증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도 긴 차량 행렬 속에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며 교통 몸살을 앓고 있다. 보행 환경은 더욱 심각하다. 보행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했고,노약자들은 차량 사이를 피해 걸어야 한다. 그런데도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단속이나 교통관리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해당 업소가 점유한 하천부지(적색표시). 수백대의 차량이 출입하고 있으나 해당 업소가 소유한 주차장은 사실상 전무하다.[도면 출처.가평군 상면사무소]
공공 하천부지 500평, 특정업소 사설주차장인가. 교통 혼잡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500평이 넘는 하천부지 점용허가다. 가평군은 공공재산인 하천부지를 특정업소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이 공간은 현재 사실상 대형 음식점 주차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평군이 받는 점용료는 연간 수백만 원 수준. 하지만 그 대가로 주민들은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주변 상인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입구에서 손님을 모두 흡수해 다른 식당은 파리만 날린다"며 "특정업소만을 위한 특혜 행정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주민들 역시 "한 평만 무단 점용해도 원상복구 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수백 평 하천부지를 특정업소 영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공정한 행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더 충격적인 장면도 확인된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할 소화전 앞까지 차량들이 버젓이 주차하고 있는 것이다. 소화전은 화재 초기 진압의 생명줄이다.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들은 편의를 위해 소화전 앞을 주차공간처럼 사용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소화전 등 소방시설 5m 이내에 주·정차할 경우 승용차는 8만 원, 승합차는 9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주민신고만으로도 단속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법 주차는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다. 만약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거나 소화전 사용이 지체된다면 그 피해는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공재는 특정 영업장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주민의 안전과 공정한 상권 질서, 관광객의 편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중앙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진출입, 보행로 불법 주차, 소화전 앞 불법 주차, 극심한 교통체증이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묻고 있다. "가평군은 정말 몰라서 방치하는 것인가. 알면서도 못하는 것인가."
사고가 발생한 뒤 내놓는 대책은 예방이 아니라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가평군과 경찰은 지금이라도 ▲하천부지 점용허가의 공익성과 적법성 전면 재검토 ▲중앙선 침범 진출입 구조 개선 ▲보행로 및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집중 단속 ▲주말 교통관리 강화 ▲주민·상인·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공론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
행정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관광도시는 안전도시라는 이름을 잃게 된다.공공부지가 특정업소의 영업을 위해 사용되고, 주민과 관광객이 교통지옥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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