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속 호국영령 추모…대한적십자사 가평군협의회도 매년 봉사로 의미 더해
▲용문산 전투 참전영웅 고 조원욱님의 미망인 이재순님(가운데 분홍빛)등 유가족 여러분.[사진/정연수 기자]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서 한국전쟁의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가평·용문산전투 기념행사가 엄숙히 거행됐다. 20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며 숙연한 시간을 가졌다. 참전용사 유가족과 보훈단체, 군 관계자, 주민들은 헌화와 묵념을 통해 75년 전 치열했던 전투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전쟁 당시 가평·용문산 일대는 서울 동부 방어의 핵심 전략 요충지였다. 1951년 중공군은 이른바 ‘춘계 대공세’를 통해 홍천~양평~서울 축선을 압박하며 수도권 재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맞서 가평전투는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용문산전투는 같은 해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벌어졌다. 두 전투는 현재의 가평군과 양평군 북부 산악지대에서 전개된 대표적 방어전으로, 서울 재함락을 막아낸 결정적 전투로 평가된다.
특히 용문산전투에서는 국군 6사단이 수적 열세 속에서도 중공군 주력 부대를 상대로 방어선을 끝까지 사수했다. 야간 백병전과 포위망 돌파, 역습 작전까지 이어진 치열한 전투 끝에 국군은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군사사적으로 용문산전투는 국군 단독 전투력의 상징적 승리로 평가된다. 당시 일부에서 제기되던 국군 전투력에 대한 의문을 뒤집고, 한국군이 중공군 주력 부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전투였다는 의미가 크다.
▲용문산 전투 참전영웅 고 조원욱님의 미망인 이재순님께서 '헌화'를 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전투 역시 국제전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당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연방군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가평 방어선을 끝까지 사수하며 중공군의 남하를 막아냈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지금도 ‘Kapyong’이라는 이름이 한국전 참전의 상징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부대는 ‘Kapyong’ 명칭을 부대 전통으로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당시 가평과 용문산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서울 재함락과 유엔군 추가 후퇴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두 전투 이후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 능력이 약화되면서 전선은 현재 휴전선 부근에서 고착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전쟁은 고지전과 휴전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
가평지역은 전쟁 당시 큰 피해를 입은 대표적 격전지 가운데 하나다. 전쟁과 휴전 이후에도 군사 요충지와 전략 교통축 역할을 이어오며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해왔다.
가평군은 매년 한국전쟁과 가평전투를 기억하기 위해 참전용사 추모행사와 역사교육 프로그램 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정아 복지정책과장은 “오늘의 자유와 평화는 이름 없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가평·용문산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후세에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문산 전투 기념 행사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가평군협의회원들이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고개를 숙였다.[사진/정연수 기자]
한편 대한적십자사 가평군협의회 회원들도 해마다 기념행사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오며 행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원지연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올해도 빠짐없이 참석자 안내와 현장 지원 봉사에 나서며, 호국영령을 기리는 자리에 따뜻한 손길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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