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새벽이 오기 전, 아주 조용한 숨결로 하늘은 눈을 내려보냈다.
그리고 아침. 화악산 깊은 품에 안긴 조무락 계곡은 마치 처음 세상이 태어난 날처럼 하얗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겨울이 떠났다고 믿었던 숲 위로 봄이 남몰래 흘린 마지막 눈물이 나무 가지마다, 바위 틈마다
빛나는 기억처럼 내려앉았다.

계곡물은 멈추지 않았다. 얼지 않은 물소리는 눈 덮인 산의 심장처럼 맑고 깊게 울렸다. 하얀 눈과 흐르는 물,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바람.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세상을 비워낸 듯 고요했다.

햇살이 능선을 넘자 조무락의 설경은 눈부시게 빛났다. 눈 위에 떨어진 빛은 마치 별들이 산으로 내려온 듯 작은 불꽃처럼 반짝였고, 산은 그 빛을 품은 채 천천히 봄을 향해 숨을 쉬었다.
사람의 발자국 하나 없는 계곡. 오직 자연만이 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겨울과 봄이 잠시 손을 맞잡은 순간. 그 짧은 시간 속에서 화악산 조무락 계곡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도 가장 찬란한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설경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녹지 않을 것이다.[사진/장호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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