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설 연휴 무휴… 3월 15일까지 ‘오색별빛정원전’ 연장 운영
- 텅 빈 시골 마을의 반전, 야간 경제가 지역의 숨통을 틔우다

가평의 겨울밤은 깊고 차갑다. 해가 지면 인적조차 끊기던 이 산골짜기가 요즘은 밤마다 '총천연색'으로 일렁인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몰려드는 인파, 그들의 입김이 조명과 섞여 묘한 활기를 뿜어낸다. 단순히 예쁜 조명을 켠 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소멸해가는 지역 경제가 내지르는 '생존의 함성'에 가깝다.

◇ 얼어붙은 대지에 핀 ‘빛의 꽃’
지난 4일 저녁, 가평군 상면 아침고요수목원. 낮 동안 하얗게 내려앉은 설경 위로 어둠이 깔리자 하경정원과 아침광장이 순식간에 별천지로 변했다. '오색별빛정원전'의 현장이다. 눈 덮인 나무 한 그루, 덤불 하나마다 수만 개의 LED 전구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댄다.
서울에서 왔다는 40대 가장 김 씨는 “명절 전 가족들과 조용한 곳을 찾았는데, 적막한 시골 밤에 이런 화려한 풍경이 펼쳐질 줄 몰랐다”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눈이 내린 날에는 조명이 눈 반사광과 어우러져 그 화려함이 배가된다. 수목원 관계자는 "눈이 오면 제설 작업은 고되지만, 조명과 눈이 만드는 장관을 보기 위해 더 많은 관람객이 찾는다"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 설 연휴 반납, ‘야간 경제’로 승부수
아침고요수목원은 이번 설 연휴 기간(2월 15~17일)에도 휴무 없이 문을 연다. 특히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는 명절 대목을 놓치지 않겠다는 절실함의 반영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가평은 '관광'을 생존 로프로 붙잡았다. 3월 15일까지 이어지는 별빛 축제는 겨울철 비수기를 성수기로 바꿨다. 축제가 끝나면 곧바로 3월 14일부터 ‘야생화전시회’로 바통을 넘긴다. 공백기 없는 '시즌 경영'으로 방문객의 발길을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 "반짝이는 전구, 우리에겐 희망의 불빛"
수목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62) 씨의 목소리엔 안도와 우려가 교차했다. "겨울이면 사람 구경하기 힘들던 동네였는데,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으니 장사할 맛이 나죠. 하지만 이 빛이 꺼지면 또다시 고요해질까 봐 그게 겁납니다."
행정 용어로 '생활인구'라 부르는 뜨내기 방문객들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조명이 지역의 근본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행정은 '야간 연장 운영'이라는 단기 처방을 내놨지만, 지역민들은 이 온기가 사계절 내내 지속될 수 있는 정주 여건 개선을 조심스레 바라고 있다.

◇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지속 가능성'의 숙제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별빛은 분명 아름답다. 삭막한 겨울 산골을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은 민관의 피나는 노력이 빚어낸 성과다. 하지만 '반짝'하는 축제가 끝나면 다시 어둠이 찾아온다.
지방소멸을 막는 힘은 600만 개의 전구가 아니라, 그 전구를 관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청년들이 이곳에 뿌리내릴 수 있는 '일자리와 삶의 질'에서 나온다. 설 연휴 밤 10시까지 켜져 있는 저 불빛이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가평의 내일을 밝히는 지속 가능한 동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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