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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노후도 막막해"... 포천의 1월, 현장은 '생존'을 묻고 시청은 '소통'을 답하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1.19 12:58
  • 조회수 2,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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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새해, 포천시 곳곳에서 터져 나온 주민들의 육성
  • 기후위기 농가부터 치매 노인 돌봄까지... '지방소멸' 최전선의 풍경
  • 보여주기식 행사 넘어선 '피부밀착형' 행정 절실해

 2026년 1월의 중순, 포천의 겨울바람은 여전히 매서웠다. 하지만 그 바람보다 더 차가운 것은 지역 사회 밑바닥에 깔린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지난 며칠간 포천시 곳곳에서 날아든 소식들은 겉보기엔 평범한 '행정 보도자료'였다. 시설채소 농가들이 모여 교육을 받았고, 면장이 경로당을 돌았으며, 치매 노인에게 영양식을 줬다는 이야기들. 하지만 기자가 들여다본 행간에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과, 이를 끌어안으려는 행정의 숨 가쁜 추격전이 담겨 있었다.


책상 위 보도자료를 덮고, 현장의 목소리로 다시 쓴 포천의 1월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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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의 절규 1] "땅이 죽어가는데, 농사는 어떻게 짓나"

- 시설채소연합회 2026 연시총회의 이면


지난 15일, 포천시농업기술센터에 모인 90여 명의 시설채소 농가 회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포천의 자랑인 열무와 시금치, 685헥타르(ha)에 달하는 푸른 들판을 일구는 주역들이지만, 이들의 고민은 깊다.


"기후가 예전 같지 않아요. 땅심은 떨어지고, 연작 피해는 늘어나는데 약은 함부로 못 치게 하고..."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의 하소연이다. 기후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 하우스 안의 온도가, 습도가 널뛰기하며 작물을 위협한다. 이날 교육의 주제가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토양 살리기'에 집중된 이유다. 장성산 회장이 "회원들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지만, 그 헌신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현실이 코앞에 닥쳐있다.


[행정의 응답] 포천시농업기술센터는 '데이터'와 '교육'으로 응수했다.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를 사례 중심으로 교육하고, 망가진 토양을 되살릴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경숙 소장의 말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시는 더 이상 '경험'이 아닌 '과학'을 무기로 쥐여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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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의 절규 2] "밥 씹을 힘도 없어... 누가 날 기억이나 할까"

- 치매안심센터와 이동면 경로당의 풍경


같은 시각, 포천의 고령화 시계는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건강증진과 직원들이 들고 나선 것은 '뉴케어(간편 영양식)'였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혼자 있는데 밥해 먹기도 귀찮고, 그냥 물에 밥 말아 대충 넘겨..."


이름 모를 한 어르신의 독백은 지역사회 돌봄의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동면의 19개 경로당을 순회한 지승룡 이동면장이 마주한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면장의 손을 잡고 "마을이 발전하는 건 좋은데, 우리는 점점 외롭다"는 눈빛을 보냈다. 선단동에서는 탑이십일건설이 기부한 라면 100박스가 전달됐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라면 한 박스가, 독거노인에게는 겨울을 날 식량이자 온기다.


[행정의 응답] 시는 '찾아가는 복지'로 답했다. 가만히 앉아서 신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식을 들고 대문을 두드리고 경로당 문지방을 넘었다. 박은숙 보건소장의 말대로 식사 자체가 고역인 치매 환자들에게 영양식 지원은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닌 '생명줄'을 챙기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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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의 절규 3] "냄새나서 못 살겠다, 길 좀 뚫어달라"

- 영북·관인면 소통 간담회의 뜨거운 감자


지난 16일 열린 영북면과 관인면의 간담회장은 그야말로 성토의 장이자, 민주주의의 최전선이었다. 주민들은 시장과 국장을 앞에 두고 묵혀왔던 민원들을 쏟아냈다.


"양돈농장 악취 때문에 창문을 못 엽니다!"

"하천 산책로 좀 제대로 만들어주세요, 우리도 걷고 싶습니다."


특히 관인면 주민들이 제기한 악취 문제와 인조잔디구장 조성 요구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삶의 질'을 요구하는 지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보여줬다. 주민들은 더 이상 시의 일방적인 통보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집 앞 도로, 내가 마시는 공기에 대해 당당히 권리를 주장했다.


[행정의 응답] 백영현 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은 '즉답'을 시도했다. 과거처럼 "검토해 보겠다"는 앵무새 답변 대신, 현장에서 해당 부서장이 마이크를 잡고 추진 가능 여부를 설명했다. 될 것은 된다,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행정 신뢰의 척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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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벤트'가 아닌 '시스템'으로, 주민의 손을 놓지 말아야


2026년 1월, 포천시의 행정은 분명 분주했다. 농업, 복지, 소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공무원들은 현장을 누볐다. 포천동 자율방범대가 안전기원제를 지내며 스스로 마을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처럼, 민간의 활력도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느낀 위기감은 여전히 묵직하다. 영양식 몇 팩, 라면 몇 박스, 한두 번의 간담회로 지방소멸의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는 없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일회성 온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다.


▲기후위기에도 망하지 않는 농업 인프라 ▲치매 노인이 혼자서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돌봄 체계 ▲악취 걱정 없이 숨 쉴 수 있는 주거 환경.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는 이 도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의 출발점"이라는 지승룡 면장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 출발점이 '도착점'까지 이어지려면, 행정은 더 집요하고 치열해져야 한다. 주민들의 아우성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오늘 수첩에 적어간 건의 사항들이 내년 이맘때는 '해결된 성과'로 기록되기를, 20년 차 기자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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