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면서도 안 했나, 못 했나”… 전수조사 요구 확산
-전문·종합건설업체 다수, 기술자 명의만 빌려 공사
-현장 상주 규정 유명무실… 부실시공·세금 누수 우려
경기 북부 한 기초자치단체의 관급 공사 현장에서 건설업 면허 대여가 구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에 상주해야 할 기술자와 현장대리인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공사는 단 한 명이 여러 현장을 오가며 진행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제기된 지역은 가평군. 관내 전문건설업체(단종)와 종합건설업체 상당수가 기술자 명의를 빌려 면허 요건만 충족한 뒤 관급 공사에 참여하거나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대리인 상주? 서류에만 있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는 현장대리인·품질관리자·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상주 배치해야 한다. 특히 기술인의 중복 배치는 극히 예외적인 ‘소액 공사’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취재 결과, 가평군 일대 다수 현장에서는 이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중 만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A·B·C 현장에 각각 다른 기술자가 배치된 것처럼 서류를 꾸몄지만, 실제로 현장을 관리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며 “나머지는 자격증만 빌려준 ‘유령 인력’”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가공 인물 등록’ 방식이다. 기술자 명의만 올려놓고 실제로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일을 하거나, 건설업과 무관한 생업을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증언이다.
연 3~4백만 원에 기술자 명의 대여… 업계의 ‘공공연한 영업 비밀’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기술자 1인당 연 300만~400만 원을 지급하고 명의를 빌린 뒤 이를 여러 현장에 중복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는 3억~5억 원 이상 관급 공사,외지 원청이 수주한 뒤 지역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구조에서 상주 의무가 가장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은 공사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일정 금액 이상 공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현장에 사람이 없다는 건 곧바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1인 3현장’의 위험… 부실시공은 구조적 결과
실제 위반 사례도 확인된다. 전문건설사 A사는 도급액 6억·10억·20억에 달하는 세 곳의 관급 하도급 공사를 수행하면서 각 현장에 기술자 2명씩, 총 6명을 배치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관리한 인원은 A사 직원 단 한 명뿐이었다.
법이 허용한 기술자 중복 배치 한도(5억 미만 소액공사)를 모두 초과한 상황으로, 공정 누락·안전 관리 부실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았나.
논란의 핵심은 ‘왜 지금까지 이런 관행이 방치돼 왔는가’다. 기술자 실근무 여부는 현장 방문.출퇴근 기록
4대 보험 이력.위치 기반 출입 기록 등 기초적인 점검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점을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행정의 관리·감독 부실 또는 사실상 묵인 의혹이 제기된다.업계 관계자는 “모를 수 없는 구조”라며 “그동안 문제 삼지 않았다는 건 ‘몰랐다’기보다 ‘안 했다’는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수조사 요구 확산'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개별 업체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관급 공사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관내 건설업체 전수조사 즉 KISCON 등록 정보와 4대 보험 이력 교차 검증.기술자 실근무 여부 불시 점검.위반 적발 시 원청·하도급 동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가평지역 한 건설업계 원로는 “서류만 갖춘 업체와 실제 인력을 유지하는 업체가 같은 선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라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군민과 세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면허 대여’ 성립 요건과 처벌 수위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 등록 명의의 대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단순히 면허증을 빌려주는 행위뿐 아니라,기술자를 실제로 근무시키지 않고 명의만 등록한 경우 1인이 여러 현장을 동시에 관리해 상주가 불가능한 구조.실질적인 공사 관리·지휘를 다른 업체 또는 특정 개인이 수행한 경우 모두 면허 대여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와 행정 해석의 일관된 입장이다.
위반이 밝혀지면,면허를 빌려준 자와 빌린 자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등록 말소, 영업정지, 관급공사 참여 제한 등 중대한 행정 제재가 뒤따른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업계 갈등을 넘어 행정 신뢰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가평군이 실태를 알고도 방치했는지,관리·감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행정 방조’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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