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시민의 기억과 일상, 그리고 세금으로 지탱된다. 매일 의정부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전철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이제 시민들에게 ‘아픈 손가락’이자 ‘밑 빠진 독’이 되어버렸다.
민간이 투자하고 책임지겠다던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의 장밋빛 약속은 민간사업자의 파산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사업자는 떠났고, 남겨진 천문학적인 빚과 적자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었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의정부경전철에 대한 ‘주민감사청구’에 나섰다. 혹자는 “이미 지나간 일을 왜 들추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감사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이것은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우고, 곧 다가올 의정부의 거대한 미래를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 첫째, ‘깜깜이 행정’이 낳은 의혹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민간사업자가 파산하고 떠날 때 쥐어준 막대한 ‘해지시지급금’이다. 파산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조차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었는데, 그 과정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장부가액은 적정했는지, 수천억 원이 오가는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예산 심사와 회계 검증이라는 필수적인 민주적 통제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행정의 묵인이나 부당한 과다 지급이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시민에 대한 배임(背任)이다. 감사를 통해 이 ‘블랙박스’를 열어보지 않는다면, 의정부 시정(市政)에 대한 신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 둘째, 무너진 ‘투자 원칙’을 복원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대원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다면, 실패에 따른 위험과 손실 또한 투자자가 감당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의정부경전철 사태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한 시민이 떠안아야 하는가? 이번 주민감사청구는 지자체가 민간 자본의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호구가 된 시민의 권리를 되찾는 선언이어야 한다.
◇ 셋째, 미래를 위한 ‘예방주사’다
무엇보다 이번 감사가 시급한 이유는 의정부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는 곧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캠프 스탠리 등 반환되는 미군공여지에 대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는 경전철 사업을 훨씬 상회하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프로젝트다.
경전철의 실패 원인인 엉터리 수요 예측, 불공정한 독소 조항, 책임 소재의 모호함을 지금 규명하지 않고 덮어둔다면, 미군공여지 개발 사업은 ‘제2의 경전철 사태’가 될 공산이 크다. 과거를 잊은 행정에게 미래는 또 다른 재앙일 뿐이다.
◇ 결론: 감사는 ‘처벌’이 아니라 ‘혁신’의 시작이다
주민감사청구는 특정인을 벌주자는 마녀사냥이 아니다. 우리 집 가계부에서 돈이 새고 있다면 그 구멍을 찾고 막는 것이 집주인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과 같다. 시민은 의정부라는 집의 주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참여다. 서명 용지에 담길 시민들의 이름 하나하나는 “내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라”는 가장 강력한 경고장이자, 행정 편의주의를 타파할 송곳이 될 것이다. 의정부 시민들이여,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세금 내는 구경꾼’으로 남을지 모른다. 이제 그 ‘블랙박스’를 열고, 투명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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