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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가평의 시설을 지키는 사람,최승수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12.19 17:50
  • 조회수 3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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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만 묻고 권한은 막는 구조…결국 현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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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최승수 이사장,“직원들은 열심히 합니다. 다만,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가평의 시설을 지키는 그의 언어는, 결국 가평의 내일을 지키는 질문이 된다.[사진/정연수 기자] 

 

“저는 원래 농사꾼입니다.” 가평 북면 이곡1리. 선조 때부터 살아온 터전에서 그는 농사를 배웠고, 가평고(당시 가이사 중·고)를 마친 뒤에도 결국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농업으로 시작해 군의회 의원, 농민단체 회장, 농협조합장, 그리고 지금은 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직함은 바뀌어도 그의 언어는 늘 현장에 닿아 있다. 낮고 차분하지만, 결론은 또렷하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가 가장 자부심을 가졌던 순간은 농협조합장으로 취임했을 때였다. “가평군 농민을 상징하는 자리”라는 말에는 농업인의 자존과 책임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취임 직후 ASF(돼지열병)와 코로나가 겹쳤고, 계획했던 변화는 속도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해야 할 일”은 멈추지 않았다. 손익이 나지 않는 지점 영업을 과감히 정리했고, ‘집행하지 말아야 할 예산’들을 들여다보며 관행을 끊으려 했다.

 

문제는 개혁이 언제나 ‘저항’을 부른다는 데 있었다. “처음엔 다 맞다고 하다가, 손을 대기 시작하면 항의가 쏟아진다.” 그는 특정 누군가를 탓하지 않았다. 다만 개혁은 한 사람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이 함께 움직여야 가능한데, 그 합의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농협에서 배운 건 화려한 경영기법이 아니라, 변화의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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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관리공단에 온 뒤, 그는 또 다른 벽을 만났다. “여긴 자유자재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공단은 군이 만든 시설을 ‘수탁’ 받아 운영한다. 문제는 수탁 시설이 늘어날수록 인력과 비용은 증가하는데, 그 시설이 대개 수익형이 아니라 복지·공공 성격이라는 점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특별히 없다”는 고백은 무책임한 변명이 아니라 구조의 진단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복지’라는 말이 때로는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예산이 넉넉하면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미 군민 감면이 30~70%까지 적용되는 상황에서, 더 깎아달라는 요구가 반복되면 운영은 무너지고 서비스 품질도 내려간다. “복지를 하려면, 운영이 가능한 복지여야 한다.” 그의 ‘부드럽지만 강한’ 결론이다.

 

그는 작년 겨울, 산장·칼봉·연인산·자라산 등 숙박시설을 직접 하루씩 체험했다. 군민 요금을 내고 이용객의 시선으로 들어가 본 것이다. “시설이 오래돼 밤엔 추워서 잘 수가 없다. 바닥 전기패널은 따뜻해도 실내 공기는 차갑다.” ‘감기 걸리기 딱 좋다’는 표현은 현장 체감의 경고였다. 숫자 이전에, 군민과 관광객의 경험이 무너지면 공단의 존재 이유도 흔들린다.

 

그가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은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다. 공단이사장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변화를 위한 과정은 집행부 승인에 막히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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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직개편 문제는 상징적이다. 팀장들이 비슷한 근속으로 승진 통로가 막혀 있고, 실장·본부장 구조는 권한과 업무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지만, 조직개편은 결국 승인 절차를 넘어야 한다. “권한을 주고 평가를 하라. 권한 없이 책임만 묻는 구조는 반복될 뿐이다.” 이 말은 불만이 아니라 공기업 거버넌스의 원칙을 묻는 질문이다. 그는 임기 종료 후 “다시 농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가족 이야기도 물었다. 청평 출신 아내와 1971년 결혼해 반세기를 넘겼다. “농사짓는 집으로 시집 와서 고생을 시킨 게 제일 미안하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아내를 만나고 싶다.”

 

말끝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의 삶이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과 공동체의 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최승수의 카리스마는 목소리가 아니라 원칙에서 나온다. 시설 개선 없이 요금만 올리자는 것도 아니고, 요금 현실화 없이 버티자는 것도 아니다. ‘현실화+개선’이라는 패키지, ‘현장 참여형 행정’, ‘전문성의 연속성’, ‘권한-책임의 정합성’. 공단의 미래는 결국 이 기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직원들은 열심히 합니다. 다만,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가평의 시설을 지키는 사람의 언어는, 결국 가평의 내일을 지키는 질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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