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소흘농협 조합장(사진 : 양상현 기자)
경기 포천농협에서 터진 50억 원대 부실 대출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고가 아니다. 이는 전국 지역 농협에 만연한 '부동산 담보 만능주의'와 치명적인 '리스크 불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다.
150억 원으로 부풀려진 감정가는 신기루에 불과했으며, 4연속 유찰 끝에 36억 원으로 추락한 담보물의 현실은 조합원들의 피 같은 돈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부동산 경기 침체'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변명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첫째, 어떻게 감정가 150억 원짜리 담보가 1년 만에 원금 50억 원조차 회수 불가능한 36억 원짜리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는가. 이는 '감정가와 시세의 괴리'라는 완곡한 표현 뒤에 숨은, 심각한 초기 심사 부실, 나아가 담보 부풀리기에 대한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상호금융의 근간은 신뢰와 건전성이다. 그 시작부터 무너진 셈이다.
둘째, 포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전국 농협 상호금융 연체율 5.07%, 토지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 23.47%, 상업시설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 28.43%. 이 경악스러운 수치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묻지마 대출', '책임 전가식 공동대출'이 관행처럼 이루어졌음을 증명한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이자 놀이로 수익을 잔치했지만, 거품이 꺼지자 그 책임은 고스란히 농협의 주인이자 고객인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위기에 처했다.
농협은 시중 은행과 다르다. 이윤 추구가 최우선인 사기업이 아니라, 농민과 지역민 조합원들의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는 협동조합의 본분을 망각하고, 위험천만한 부동산 투기 세력의 '자금줄' 노릇을 자처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안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 지금 즉시 전수조사와 외부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전국 모든 지역 농협의 부동산 PF 및 공동대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 식구 감싸기'식 내부 감사가 아닌 금융 당국과 외부 회계법인이 참여하는 고강도 감사를 통해 곪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둘째,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실한 감정평가서를 승인하고,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책임자를 발본색원하여 엄중히 책임을 묻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는 '솜방망이 징계'는 제2, 제3의 포천농협 사태를 부를 뿐이다.
마지막으로, 조합원의 실질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인'인 조합원은 정작 '깜깜이'로 남아있는 현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주요 대출 현황과 연체율 등 핵심 경영 정보를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원 감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여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포천농협의 36억 원짜리 경매 물건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지역 금융의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이며, 조합원들의 절박한 경고음이다.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자성과 근본적인 수술에 나서지 않는다면, 농협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그저 부실 채권 더미에 불과한 조직으로 전락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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