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농협 50억 대출 담보, 4연속 유찰로 원금 회수 '빨간불'… 전국 농협 연체율 5% 돌파 '위험수위'
"농협도 어렵다" 현직 조합장 경고 현실로… 공동대출 연체율 20% 육박, 조합원 피해 전가 우려

경기 포천농협이 약 50억 원을 대출해주고 담보로 잡았던 강원도 원주시의 한 토지가 경매 시장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3년 10월 대출 당시 150억 원의 감정가를 인정받았던 이 토지는,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겨진 후 4회 연속 유찰됐다.
현재 이 토지의 최저 입찰가는 감정가의 24% 수준인 36억 원까지 떨어졌으며, 이 가격에 낙찰되더라도 포천농협은 대출 원금 50억 원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금융 사고를 넘어, 전국 지역 농협에 만연한 '부동산 담보 만능주의'와 치명적인 '리스크 불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50억 원의 감정가는 '신기루'에 불과했으며, 36억 원으로 추락한 담보물의 현실은 조합원의 자산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거세다.
◇ "농협도 농민 못지않게 어렵다"… 현장의 경고
공교롭게도 11일 열린 '포천시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김재원 포천시 조합운영협의회장(소흘농협 조합장)은 "농협도 농민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김 협의회장은 "경기가 안 좋아 농협이 대출해 준 곳들에서 연체가 많아지고 있다"며, "농협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실제로 부실 증가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농협의 이번 부실 대출 사례는 이러한 현장의 경고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포천농협은 원주 반곡동 토지 담보 대출 건 외에도 최근 경기 침체로 영세농과 기업의 상환 능력이 악화되며 수십억 원 규모의 회수 불가능 채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한폭탄'이 된 부동산 대출… 전국 농협 '빨간불'
포천농협의 사례는 전국적인 지역 농협 부실 리스크의 단면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국 농협 상호금융의 전체 대출 연체율은 2025년 8월 말 기준 5.07%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1년 0.88%, 2022년 1.21%, 2023년 2.74%와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동대출'이다. 여러 농협이 함께 대출을 내주는 공동대출은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2025년 8월 말 기준 농협 상호금융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19.23%에 육박했으며, 이 중 토지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은 23.47%, 상업시설 담보 공동대출 연체율은 28.43%에 달했다.
전국 농협 단위조합의 고정이하 여신(회수 불가능 대출) 규모 역시 2024년 말 기준 10조 7,754억 원으로, 1년 새 95%나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 본질은 '심사 부실'과 '위험 불감증'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부동산 경기 침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본질은 감정가와 시세의 괴리가 큰 부동산을 담보로 무리한 대출이 실행된 '초기 심사 부실'에 있다는 것이다. 150억 원의 감정가가 1년여 만에 36억 원으로 추락한 것은, 대출 실행 당시부터 감정가 부풀리기나 심각한 시세 분석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묻지마 대출'과 '책임 전가식 공동대출'로 이자 수익을 누렸지만, 거품이 꺼지자 그 책임은 고스란히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위기에 처했다. 농민과 지역민의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 이윤 추구에 매몰돼 부동산 투기 세력의 '자금줄'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제 식구 감싸기' 아닌 근본적 수술 필요
사태가 심각해지자 농협중앙회도 자산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체 채권 관리와 대손충당금 확대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솜방망이 징계'나 내부 점검이 아닌 근본적인 수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출 심사 강화와 연체 관리 시스템 개선은 물론, 부실한 감정평가서를 승인하고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책임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인 조합원에게 주요 대출 현황과 연체율 등 핵심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합원의 실질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천농협의 36억 원짜리 경매 물건은 지역 금융의 신뢰가 무너지는 '경고음'이다. 조합원들의 신뢰 회복과 건전성 강화를 위한 뼈를 깎는 자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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