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한정식 경력, 새로운 공간에서 피어난 ‘진짜 맛’과 인생의 전환
가평군 북면 한적한 길가, 고풍스러운 기와집 한 채가 최근 조용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통찻집 ‘석화’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다름 아닌 연잎밥. 단일 메뉴, 소박한 가격, 그리고 깊은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석화는 이제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이야기는 연잎밥 그 이상이다. 20년 한정식집 경력을 뒤로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조정자 대표(68)의 삶과 공간에 대한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조정자 대표는 2002년부터 2022년까지 남양주 천마산 인근에서 ‘석화’라는 이름의 한정식집을 운영했다. “그때는 1인당 3만~5만 원대 코스 요리를 내놓던, 꽤 고급스러운 집이었죠.
당시 이재명 지사 같은 분들도 다녀가셨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어요.”
하지만 20년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잠시 쉬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막상 쉼도 그에게는 쉽지 않았다.
“집에만 있으니 오히려 더 답답하더라고요. 뭔가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 대표는 연고도 없는 가평으로 향했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기와집을 발견해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 연잎밥이 바꾼 찻집의 운명
처음 계획은 소박했다. “혼자 조용히 운영할 작은 찻집을 생각했어요. 전통차나 직접 끓인 쌍화차, 대추차, 그리고 커피 정도만 내놓으려고 했죠.” 하지만 공간이 예상보다 좁아, 인근 농가 창고(200평)를 증축해 지금의 넓은 공간이 완성됐다. 
분위기는 옛 한정식집에서 쓰던 고가구와 소품들로 꾸몄다. 그러나 ‘석화’의 운명을 바꾼 건 다름 아닌 연잎밥이었다. “연잎밥은 조리도 간단하고 전통차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아 메뉴에 추가했어요.
찹쌀에 호두, 은행, 잣 등 좋은 재료를 듬뿍 넣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쪄서 내는 게 핵심입니다. 연잎 향을 살리기 위해 김치처럼 향이 강한 반찬도 일부러 내지 않았죠.” 
이 연잎밥이 입소문을 타면서, 찻집은 어느새 ‘연잎밥 맛집’으로 더 알려지게 됐다. “손님들이 밥맛에 반해서 된장찌개나 생선구이도 찾으실 정도예요.
커피까지 포함해 1인 12,000원이니, 오히려 손님들이 ‘15,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권할 정도죠.”
◇ 예상 못한 인기, 그리고 소상공인의 현실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루 평균 손님이 10명도 안 될 때가 많아요. 홍보도 따로 안 하고, 그냥 생활비 쓴다 생각하며 운영 중입니다.”
조 대표는 경제적 이익보다 공간과 삶의 방식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제는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에요. 이 공간에서 손님들과 소통하고, 저 자신도 즐기며 살고 싶어요.”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가게에서 지인과 함께 통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른다. 예전 밴드 활동 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지역 행사에서 노래를 요청받기도 했다. “이렇게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 “조용히 혼자 차 한잔하려 했죠”… 예상 밖 확장과 ‘석화’만의 공간미학
“그냥 조용히 혼자 차 한잔하며 쉬려고 했어요.” 조정자 대표는 담담하게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남양주에서 20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모든 것을 정리한 뒤, 그는 연고도 없는 가평으로 내려와 소박한 찻집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공간이 너무 작아서, 잠깐 앉아 쉴 자리조차 부족하더라고요.” 조 대표는 고민 끝에 바로 옆 잣 저장 저온 창고로 쓰던 농가 창고를 매입해 증축에 나섰다.
200평 남짓한 공간이 새롭게 단장되면서, 그의 계획도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새롭게 마련된 찻집 ‘석화’는 조 대표가 오랜 세월 모아온 고가구와 소품들로 채워졌다. 덕분에 공간은 고풍스럽지만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기 다른 테이블과 초록 식물, 곳곳에 놓인 전통 소품들이 손님들에게 잔잔한 여유를 선사한다.
조 대표는 “예전 한정식집에서 쓰던 가구를 그대로 가져왔어요. 손님들이 들어서면 마치 옛집에 온 듯 편안함을 느끼셨으면 했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석화’에 들어서면 식당보다는 찻집, 혹은 작은 갤러리에 가까운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처럼 조 대표의 예상과는 달리, 공간은 점차 넓어지고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그 속에서 연잎밥 한 상과 따뜻한 차 한 잔이 손님들의 일상에 작은 쉼표를 더하고 있다.
◇ “정성과 철학이 담긴 공간, 그 자체가 또 다른 성공”
조 대표는 남편과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며 지내고, 결혼한 두 딸이 있다. 인터뷰 중에도 예약 전화가 이어졌다. “여기서의 삶은 예전과는 다르지만, 오히려 더 만족스럽습니다. 꼭 경제적 이익만이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성과 철학이 담긴 공간에서 손님들과 나누는 경험, 그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성공 아닐까요?” 
가평의 작은 찻집 '석화'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손님들을 맞이하며, 한 그릇의 연잎밥에 담긴 깊은 맛과 함께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가는 한 인간의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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