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외침, 국민의 생명을 묻다
"군사훈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포천시민들의 절박한 질문
포천시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투기 오폭 사고로 촉발된 시민들의 분노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군사시설 안전 문제와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묻는 강한 메시지로 확장되고 있다. 오는 19일 열리는 ‘전투기 오폭 사고 규탄 포천시민 총궐기대회’는 포천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 군사훈련의 현실을 고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요구하는 자리로 꾸려질 예정이다.
포천시민연대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참사이며, 포천이라는 도시가 겪어온 오랜 군사시설의 그늘을 상기시키는 비극이다.
▣ 포천, 군사훈련의 과잉 뒤에 숨은 위기
포천은 국내 최대의 군사훈련장 밀집 지역이다. 다락대 사격장, 영평 로드리게스 사격장, 승진훈련장을 포함해 총 9개의 사격장이 위치한 포천은 말 그대로 군사훈련의 중심지다. 사격장의 총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약 17배에 달하고, 군사훈련으로 인해 민가와 도로로 총알이 날아드는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이러한 군사시설 과잉이 초래한 문제의 단적인 사례다. 사고는 승진훈련장 밖 민가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문제의 훈련은 고정된 표적을 대상으로 매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폭격이다. 고정된 조건 속에서조차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군사훈련 안전 체계 부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포천의 시민들은 묻고 있다. "왜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가?" 도비탄(훈련 중 발사된 총알이 민가나 도로로 날아드는 사고)과 같은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정부는 매번 땜질식 대처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전형적인 무책임과 안일함 뒤에서 군사훈련 과잉과 안전 부재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 정부와 군은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포천 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강한 질문을 던졌다. “군대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국방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군과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면서 국방이라는 명목 아래 국민의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군사훈련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행위다. 하지만 그것이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다시 묻게 될 수밖에 없다. 국방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그 기본 원칙을 어긴다면 국민에게 국방은 더 이상 신뢰와 보호의 상징이 아니다.
▣ 자발적 목소리, 안전의 요구로 이어지다
19일 개최되는 총궐기대회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순수한 행동이다. 시민연대와 사격장대책위원회 등이 중심이 되어 예산을 모으고 직접 기획하는 이번 행사는 민간이 이끌어낸 목소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 대회는 단순한 항의 시위가 아니다. 대정부 호소문 발표, 피해 사례 발표, 구호 제창 등을 통해 시민들의 분노와 요구를 담아내는 자리다. 삭발식 역시 상징적으로 시민들의 절실함을 드러내며, 정부와 군 당국이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강태일 범사격장대책위원장은 “삭발은 우리의 진심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행동”이라며 이번 대회의 심각성과 상징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 포천에서 시작되는 변화,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포천시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군사행위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군 당국은 단순한 면피성 대처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군사시설 안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포함해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민연대는 이번 궐기대회 이후 국회와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추가 시위와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이슈를 넘어서 국민적 의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군사훈련으로 인해 위협받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이것은 단지 포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길
군과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이 실패했을 때 군은 신뢰를 잃고, 정부는 비판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포천시민들의 목소리는 바로 이 기본 원칙을 상기시키고 있다.
깔끔한 해결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포천에서 시작된 이 외침이 정부와 군의 책임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군이 되찾는다면, 포천의 외침은 단순한 항의가 아닌 변화의 첫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19일, 포천체육공원에서의 목소리가 더 멀리 전해져 변화의 씨앗을 심는 날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