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리 주민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정신 차리나?”…생명 위협하는 가평군 산림 허가
‘관광농원,과수원.수목변경,산림경영 개선 등 편법·불법 판쳐’
경기북북경찰청 ‘군 허가과 압수수색’ 해당 공무원은?
민둥산 비탈면 바로 옆 ‘어린이 다중시설 키즈 풀빌라’
주민들 위험하다는 데, 가평군 신축 건물 4채 허가 ‘만지작’
신종 부동산 투기 수법, 분양 사기 등 집단 피해 우려
산사태 인명사고 예방을 위한 ‘군 조례 개정’ 필요
▲경기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 산 21*번지 일대 울창했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가평군(군수 서태원)은 이 곳에(위 사진)지난해 6월 관광농원을 허가했다. 훼손된 산림 1만여 평 중 3천여 평은 딸기 체험장, 나머지 6천여 평엔 관상수를 심거나 산림경영 개선을 허가했다.
수년 전부터 ‘관광농원’.‘목장용지’.‘과수원’.‘산림경영 개선’ 등을 악용한 편법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현행 산지관리법을 피해 신종 부동산투기 수법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가장 흔한 수법은 ‘관광농원.숙박·편의시설·커피숍’ 등 근린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광농원 허가는 ‘농어촌정비법’이 적용된다.
산지관리법에 따른 개발행위는 환경성.재해성 등 허가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농어촌정비법은 산지법 보다 느슨한 편이다.
또한 ‘농어촌정비법’은 산지관리법에 비해 개발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허가는 쉽고, 허가비도 적게 든다. 반면, 5년 후 건축행위도 가능해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이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청평면 호명리 산 21*번지의 산림 훼손 면적은 1만여 평에 이른다. 그중 관광농원 허가는 3천여 평, 나머지는 관상수와 유실수를 심는다고 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사가 심해 접근이 쉽지 않다. 딸기 체험장’은 관광농원 허가를 받기 위한 구실로 의심된다.
업자는 또 경사면을 완만하게 하려고 중장비를 동원해 산을 깎기도 했다. 하지만 산 밑에서 하늘만 보일 정도로 경사는 가파르다.
특히 경사면과 불과 2~3미터에는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키즈 풀빌라’들이 있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이 현장에선 인부가 10여 미터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람이 서 있지 못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키즈 풀빌라' 건물 사이로 경사면이 심한 민둥산이 위압적이다.[사진=정연수 기자]
▣산 비탈면에 ‘어린이 다중시설 키즈 풀빌라’
호명리 주민 A 씨는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야 가평군이 정신을 차릴는지….”라고 했다. A 씨와 마을 주민들은 “군과 청평면에 위험하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했으나 문제가 없다”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산사태의 불안에 떨고 있다. 가평군은 그러나 안전 대책은커녕 오히려 주택 4채를 허가할 예정이다. 건축허가 신청지는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과 불과 20~30미터 거리다.
▣4년 전 산유리서 산사태로 일가족 3명 참변, 고성리·호명리·복장리·사룡리 등 위험
4년 전인 2020년 8월, 청평면 산유리에선 산사태로 주택을 덮쳐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건물 뒷산은 과수원 허가만 받고 민둥산으로 방치돼 있었다.
청평면 호명리 산 21*번지는 맨눈으로도 산유리 사고 현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험하다.
공사업자 K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허가대로 공사를 한 것은 없고 모두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사태 예방은커녕 수방 시설 공사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경사가 이렇게 심한 데 어떻게 허가를 내 준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의심한다.
지난주 경기북부경찰청은 가평군 허가과를 압수수색 했다. Y 씨는 허가를 안 내줬는데 D 씨는 허가를 해 준 게 발각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T 씨가 금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무원은 현재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산림개선경영을 핑계로 훼손한 청평면 호명리 임야 [드론/NGN뉴스]
▣가평군은 전체 면적의 83%가 산지로, 산사태 위험 가능성 커
고성리와 복장리에는 산림개선사업을 명분으로 산림을 훼손해 민둥산으로 방치된 곳이 여럿 있다. 설악면 사룡리도 현장도 차이가 없다.
북한강이 보이는 데는 공사를 하다 중단한 산사태 위험지역들이 곳곳에 있다. 해빙기를 맞아 경기도와 가평군은 산사태 위험 지역을 선정해 낙석 방지 등 예방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다른 한 곳에서는 산사태 원인인 난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평군 허가과 공무원 B 씨는 “수허가자가 개발행위를 신청하면 허가 요건에 맞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무원 B 씨는 그러면서 “산지관리법 개정으로 경사도까지 완화돼 향후 난개발이 더더욱 우려된다”라고도 했다.
산지관리법 개정으로 경사도 등이 완화된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청평면 호명리 산 21*번지처럼 관광농원. 산림 경영 개선 등을 구실로, 형식적인 허가를 받아 편법과 불법을 일삼는 행위는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높이 80여 미터 경사면 밑에 '어린이 풀빌라와 주택이 보기에도 아찔하다.[드론 NGN뉴스]
특히, 인명피해와 직결되는 산사태 사고를 막기 위해선 경사면과 최소 50여 미터 이내에는 주택을 지을 수 없는 등의 조례 개정도 필요하다.
또한 주택과 50여 미터 이내의 임야는 개발 행위 허가를 제한 하는 조례 개정도 필요하다. 사유재산권 침해로 인한 역 민원도 있겠으나, 생명을 위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2020년 8월, 3代 3명이 참변을 당한 청평면 산유리 산사태 사고 수습 모습[NGN뉴스 DB]
호명리 주민들은 “산 21*번지 관광농원에 대한 가평군의 철저한 안전대책과 산사태 우려에 대한 항구적 대책이 마련되기 전엔 ‘주택 허가를 불허’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