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태료 행정이 아니라 주차 정책이 필요하다
가평군의 ‘단속 만능주의’, 시민 불편만 키운다
▲2일부터 유료화한 가평읍 레일바이크 주차장, 오일장이 열린 10일 텅 비어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이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가 줄었다며 성과를 자랑했다. 과태료 징수율도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발표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시민이 얼마나 될까? 현실을 들여다보면, 불법주차 감소가 아니라 단속을 피한 차량들이 주택가 골목과 이면도로로 밀려나면서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 ‘단속 효과’라는 착각
가평군 교통과장은 “불법주정차 단속 건수가 2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단속을 강화한 덕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숫자놀음일 뿐이다. 실제로 주차 질서가 확립된 것인지, 시민 불편이 해소된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군은 올해부터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했다. 무료였던 주차장을 돈 내고 써야 하니,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주차비를 아끼려고 이면도로나 골목길로 밀려났다. 결국, 단속 건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단속을 피한 차량들이 곳곳으로 분산된 것이다. 이것이 정말 ‘교통 환경 개선’인가? 아니면 시민들에게 불편을 전가한 것인가?
◇과태료 수익, 시민 부담만 가중
가평군이 강조한 또 하나의 ‘성과’는 과태료 징수율 증가다. 단속을 강화한 덕에 과태료 수입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정이 자랑할 일이 아니다.
주차 공간이 충분한가? 시민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가? 아무런 대책 없이 단속만 강화해 놓고 과태료를 더 많이 거둬들였다고 ‘성과’라고 말하는 것은 시민들을 봉으로 보는 태도다.
한 시민은 “손님이 담배 한 갑 사러 온 사이에 과태료를 맞았다”며 “군민 지갑을 털어 세수를 늘리는 게 행정의 역할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영주차장 유료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문제는 단속만이 아니다. 가평군은 ‘장기 주차 및 방치 차량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공영주차장을 유료화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역효과만 불러왔다.
대표적인 예가 가평읍 레일바이크 공영주차장이다. 유료화 이후 주차장은 텅 비었고, 그 주변 도로는 불법주차 차량으로 넘쳐난다. 또 다른 문제는 역세권 유료 주차장 운영이다. 가평군이 여기에 투입한 연간 인건비는 4억 4천만 원이지만, 실제 수익은 1억 원에도 못 미친다. 시민들에게 부담을 지운 대가치고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운영이다.
◇주차 공간 확보 없는 단속, 무책임한 행정
과연 가평군은 시민들의 이동권과 편의를 고려했는가? 주차 정책은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아니라, 근본적인 인프라 확충과 운영 방식 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단속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속이 주차 정책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 공영주차장을 늘리고,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마련하며, 주택가와 상업지역에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이 자랑할 것은 과태료 수익이 아니다. 시민들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가평군은 지금 당장 방향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