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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발 논리가 삼킨 농지, 우리의 미래도 함께 묻히나

가평 불법 매립 사태로 본 농지 파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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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 기사입력 : 2024.12.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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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뉴스=가평]양상현 기자=한 줌의 흙이 사라지면 한 톨의 쌀도 사라진다. 가평의 한 농지가 아파트 공사장 토사에 파묻히고 있다. '2m 이하 성토'라는 규정을 방패 삼아 벌어지는 이 사태는 우리 사회가 농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 매립 논란의 핵심은 성토 높이가 아니다. 농지를 단순한 '땅'으로만 보는 왜곡된 시각이 문제다. 개발 논리 앞에서 농지는 언제나 희생양이 되어왔다.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내고,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농지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토사가 쌓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책임 소재의 부재다. 시공사는 하청업체 탓을 하고, 중개업자는 규정만 지키면 된다고 말한다. 관할 당국은 '현장 확인'이라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농지는 그저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농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그것은 식량 안보의 마지막 보루이자, 생태계의 근간이며,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다. 2m든 1m든, 토사로 덮인 순간 농지는 더 이상 농지가 아니다. 그것은 죽음이다.


개발과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농지를 함부로 희생시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일이다. 규제의 허점을 메우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지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이다.


가평의 농지 매립 사태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농지를 죽일 것인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미래를 저당 잡을 것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농지를 지킬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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