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9(일)

서태원 가평군수 올해 행사장 ‘174번 소환’

단체들 군수 ‘얼굴마담’ 시키고 ‘생색’,불참하면 “두고 보자 ‘으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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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기자 | 기사입력 : 2024.11.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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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서울. 경기 지역에 117년 만에 폭설이 내린 27일 오전 서태원 가평군수가 탄 차량은 강원도 속초를 향했다. 폭설을 뚫고 속초로 간 것은 읍·면 체육회 워크숍에서 서 군수에게 격려사를 하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강원 지역도 대설특보가 발령되어 있었고, 속초·양양에 최고 22.8cm의 눈이 내렸다.

 

두 시간을 달려 속초 대포항 인근에 도착한 서 군수는 60여 명 앞에서 5분여간 격려사를 하고 오후 5시쯤 군청으로 돌아왔다. 가평에서 행사장까지의 거리는 왕복200여km, 시간은 왕복 4시간, 5분여의 격려사를 하라고 그곳까지 군수를 소환한 것이다.

 

가평군은 지금 ‘인구 감소 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산지관리법), 산업단지 조성, 접경지역 지정’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인구 감소 지역 특별법 산지관리법 일부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83%가 산지인 가평군의 경제효과는 수조 원에 이를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시급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군수를 격려사나 하라고 강원도까지 부른 것은 낭비이고, 폐해는 군민의 몫으로 귀결된다.

 

가평군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재정자립도 꼴찌이다. 그런데 365일 축제가 없는 날이 없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직능단체와 사회단체, 숫자조차 셀 수 없을 정도의 마을 단위 행사도 1년 내내 이어진다.

 

단체들은 행사 때마다 경쟁하듯 군수를 불러낸다. “군수가 와서 ‘축사·격려사’를 해야 행사가 빛이 나고, 각 단체의 위상이 높아진다”라는 게 이유다. 군수를 마치 ‘얼굴마담’ 정도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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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 군수가 올 1월~11월 27일까지 331일간 공식 행사에 참석한 횟수는 174회로 집계됐다. 공휴일·토요일·일요일을 제외한 실제 근무 날짜는 144일로, 하루도 빠짐없이 각종 행사장에 참석한 것이 통계로 확인됐다.

 

이 통계는 “공식적인 단체 행사를 포함한 것일 뿐, 각 마을 행사에 참석한 것을 포함하면 하루 평균 최소 두 차례 참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덧붙였다. 군수를 쉬지도 못하게 '소환'하고 있다.

 

서태원 군수는 후보 시절 “소통관실과 서울사무소를 신설해 외부 활동을 강화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조직 구성은 공약대로 실천했으나, 업무상으론 변한 게 없다. 각종 단체가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군수를 행사장에 불러내고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군수 직속의 소통관실은, 민원인들이 군수를 찾아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불식시키고, 군수를 대리해 관계 공무원들이 직접 민원 응대를 통해 신속한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신설됐다.

 

그러나 무용론까지 나온다.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안 되면 군수를 만나야 해결된다”라는 그릇된 관행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사무소 또한 마찬가지다.

 

행정 책임자는 부군수인데 군민 대다수는 부군수 이름조차 모른다. “모든 건 군수로 통한다”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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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습관 때문에 보잘것없는 동네 행사에도 군수를 불러내는 것이다. 김장·고추장. 된장 행사에 군수를 불러내 앞치마를 입혀 연출하고 단체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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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 군수는 ‘현판식’에 참석해 축사했다. 여느 행사 때와 달리 표정이 유난히 어두웠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군 의원, 직능단체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곳까지 군수를 불러냈다”라는 불만의 소리가 들렸다. 군민을 위해 뛰어도 하루가 부족한 군수의 시간을 군민이 발목을 잡는 것은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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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관행, 시대의 변화도 읽지 못하면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군민 절반 이상이 선택한 군수는 군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이지, 단체를 위한 ‘얼굴마담’이 아니다. 군수를 불러내 무대에 세우는 것은 ‘연출이고, 구시대적 발상’일 뿐이다.

 

군수가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을 제외한 행사는 부군수와 읍·면장이 대리 참석하고, 군수는 ‘더 넓고, 더 높고, 더 큰 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발목 잡지 말고, 힘을 보태야’ 기대할 수 있다.

 

군수를 반드시 불러내 무대에 세워야 단체의 위상과 단체장의 영향력이 돋보인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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