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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 “우리 가족 좀 도와주세요, 길을 막아 살 수가 없습니다”…장애인 가족의 절규

서태원 가평군수 “장애인 가족 불편 없게 하겠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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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기자 | 기사입력 : 2024.11.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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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올해 들어 첫 추위가 시작된 오늘(18), 이른 아침부터 가평군 설악면 행정복지 센터 앞에 주민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 손에는 꽹과리와 메가폰이 들려 있었고, 현수막도 걸었다. 시위를 하려고 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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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엔 “20년 이상 농로로 사용하던 길을 파헤쳐 놓은 것을 묵인한 공무원은 물러가라”라고 쓰여있었다. 또한 “설악면 공직자들이 장애 가족과 농부를 무시했다”라면서, “장애인 가족이 다닐 수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어떤 사연인지 취재했다. 설악면 회곡리 806번지는 지적상 구거(하천)이다. 그리고 이 땅 50여 미터 뒤 314-X 번지엔 60년 가까이 일가족 4명이 살고 있다. 이 가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4명이 모두 장애인이다. 특히 두 아들은 지체 장애 1급. 2급 중증장애인이다.

 

이들 가족은 얼마 전까지 지적상 구거(개골창)과 혼재된 314-4.9번지를 60년간을 관행적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경매로 소유권자가 바뀌었다. 그러자 장애인 가족과 인근 농민들은 바로 옆길을 이용했으나, 이마저도 현 소유주가 사유재산권을 이유로 철재 대문으로 길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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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것처럼 가평군은 구거부지에 길이 20미터, 폭 2미터, 깊이 2미터의 수로 공사까지 했다. 장애인 가족은 고립됐다. 겨울을 나려면 나무를 집까지 운반해야 하는 데 차도 들어갈 수가 없다.

 

다니던 길은 철재 대문에 막혔고, 불편하지만 다닐 수는 있겠다고 기대했던 구거마저도 공사를 하는 바람에 장애인 가족은 고립된 것이다. 지금은 농한기라 집단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내년 봄 본격 농사철이 시작되면 사람도 농기계도 다닐 수 없어 집단 민원도 예상된다.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러 간 17일 오후, 50여 미터 앞에 장애인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는 지체장애인 1.2급의 두 아들을 부축해 힘겹게 기자와 마주했다. 두 아들은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비틀, 혼자는 한 걸음도 못 갈 정도의 중증이다. 노부부는 장애인 자식이 행여 다칠세라 마음 졸이며, 있는 힘을 쏟아 부축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위 사진)

 

이들 가족이 비포장 50여 미터를 걷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사력을 다해 기자와 만난 장애인 가족은 1미터 높이의 경사면을 내려오다 결국 옆으로 넘어졌다. 가평군이 파놓은 2미터 깊이 개골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화를 면했다.

 

길을 막아 다닐 수 없게 된 것을 알 리 없는 두 아들은, 그래도 기자에게 “알아들을 순 없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듯 온몸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행여 넘어질까 두 아들의 손과 허리를 힘껏 붙잡고 있던 노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회에서 이들 장애인 가족을 만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읍내리에 사는 신OO 여사는 5개월째 하루도 빠짐없이 가평읍~설악면 회곡리를 오가며 보살피고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 여사는 18일, 장애인 가족을 대신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서류를 제출했다.

 

신 여사는 “길을 막아 장애인 가족이 고립되었다”라면서 그동안 “군수실. 설악면장” 등을 찾아가 “군이 앞장서 장애인 가족을 위해 길을 만들어 줄 것을 여러 차례 호소 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했다.

 

기자가 이동철 설악면장에게 확인해 보았다. 신 여사의 주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면장은 “개인 간의 감정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해결 방안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서태원 군수의 입장은 무엇인지 직접 확인했다. 서 군수는 “면장과 부면장을 통해 해결 방법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만약 해결이 안 되면(군수가)내가 직접 장애인 가족과 인근 농민들께 불편이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가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보듬고, 그들의 행복 추구권과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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