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태원 가평군수 “장애인 가족 불편 없게 하겠다” 약속

[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올해 들어 첫 추위가 시작된 오늘(18), 이른 아침부터 가평군 설악면 행정복지 센터 앞에 주민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 손에는 꽹과리와 메가폰이 들려 있었고, 현수막도 걸었다. 시위를 하려고 모인 것이다.

현수막엔 “20년 이상 농로로 사용하던 길을 파헤쳐 놓은 것을 묵인한 공무원은 물러가라”라고 쓰여있었다. 또한 “설악면 공직자들이 장애 가족과 농부를 무시했다”라면서, “장애인 가족이 다닐 수 있고, 농사도 지을 수 있게 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다.
어떤 사연인지 취재했다. 설악면 회곡리 806번지는 지적상 구거(하천)이다. 그리고 이 땅 50여 미터 뒤 314-X 번지엔 60년 가까이 일가족 4명이 살고 있다. 이 가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4명이 모두 장애인이다. 특히 두 아들은 지체 장애 1급. 2급 중증장애인이다.
이들 가족은 얼마 전까지 지적상 구거(개골창)과 혼재된 314-4.9번지를 60년간을 관행적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경매로 소유권자가 바뀌었다. 그러자 장애인 가족과 인근 농민들은 바로 옆길을 이용했으나, 이마저도 현 소유주가 사유재산권을 이유로 철재 대문으로 길을 막았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것처럼 가평군은 구거부지에 길이 20미터, 폭 2미터, 깊이 2미터의 수로 공사까지 했다. 장애인 가족은 고립됐다. 겨울을 나려면 나무를 집까지 운반해야 하는 데 차도 들어갈 수가 없다.
다니던 길은 철재 대문에 막혔고, 불편하지만 다닐 수는 있겠다고 기대했던 구거마저도 공사를 하는 바람에 장애인 가족은 고립된 것이다. 지금은 농한기라 집단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내년 봄 본격 농사철이 시작되면 사람도 농기계도 다닐 수 없어 집단 민원도 예상된다.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하러 간 17일 오후, 50여 미터 앞에 장애인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는 지체장애인 1.2급의 두 아들을 부축해 힘겹게 기자와 마주했다. 두 아들은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비틀, 혼자는 한 걸음도 못 갈 정도의 중증이다. 노부부는 장애인 자식이 행여 다칠세라 마음 졸이며, 있는 힘을 쏟아 부축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위 사진)
이들 가족이 비포장 50여 미터를 걷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사력을 다해 기자와 만난 장애인 가족은 1미터 높이의 경사면을 내려오다 결국 옆으로 넘어졌다. 가평군이 파놓은 2미터 깊이 개골창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화를 면했다.
길을 막아 다닐 수 없게 된 것을 알 리 없는 두 아들은, 그래도 기자에게 “알아들을 순 없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듯 온몸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했다. 행여 넘어질까 두 아들의 손과 허리를 힘껏 붙잡고 있던 노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회에서 이들 장애인 가족을 만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읍내리에 사는 신OO 여사는 5개월째 하루도 빠짐없이 가평읍~설악면 회곡리를 오가며 보살피고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 여사는 18일, 장애인 가족을 대신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서류를 제출했다.
신 여사는 “길을 막아 장애인 가족이 고립되었다”라면서 그동안 “군수실. 설악면장” 등을 찾아가 “군이 앞장서 장애인 가족을 위해 길을 만들어 줄 것을 여러 차례 호소 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했다.
기자가 이동철 설악면장에게 확인해 보았다. 신 여사의 주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면장은 “개인 간의 감정에서 비롯된 문제”라면서, 해결 방안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서태원 군수의 입장은 무엇인지 직접 확인했다. 서 군수는 “면장과 부면장을 통해 해결 방법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만약 해결이 안 되면(군수가)내가 직접 장애인 가족과 인근 농민들께 불편이 없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국가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보듬고, 그들의 행복 추구권과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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