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감소하는 데 놀이터에 70억 유람선에 60억 투입, 의회는 '무용론'
[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도입한 재원으로,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 원 규모로 배분한다.
이 기금은 인구 감소 지역 89개와 관심 지역 18개의 기초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기초 지원 계정 7,500억 원과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광역 지원 계정 2,500억 원으로 구성된다.
이중 기초 지원 계정은 기금 관리조합에서 구성한 평가단의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배분하고, 광역 지원 계정은 인구 감소 지역 비율 등에 따라 정액 배분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투자계획을 평가하여 5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배분 금액을 차등 지급한다.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을 위해서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계획 평가단’을 운영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해 해당 기금이 구성원 감소를 반등시키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이 한시적으로 공급된다는 점과 투자가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 치중돼 있고,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곳에 투입되는 등 한계점이 있어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가평군과 다른 지자체의 소멸 대응 기금 사용 실태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가평군(군수 서태원)은 22년~24년까지 3년간 받은 기금 209억 원을 ▶푸드플랜 저온 체계 구축 4억 2,500만 원▶어린이 놀이 체험시설(청평.조종면) 70억 ▶전통 한지 사업 1억 ▶마을만들기 보조 5,260만 원 ▶귀농·귀촌 4,200만 원 ▶청년 인턴십 5,200만 원 ▶북한강 유람선 사업 64억 원을 각각 지원했다.
70억 원이 투입되는 어린이 놀이 체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가평군 출생·사망률 통계를 보면, 2020~22년까지 9,025명이 태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13,335명이 사망했다. 출생보다 사망자가 4,310명 더 많다. 특히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0세~9세는 320명, 20대는 991명, 30세~34세는 293명이 각각 감소(출처/가평연구원.리서치뷰)했다. 이 통계는 어린이 놀이 체험시설을 이용하거나 미래 연령층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가평군은 기금 209억 원의 35%를 어린이 놀이터에 쏟아부었다.
4억 2,500만 원이 투입된 푸드플랜 저온 체계 구축 사업도 문제다. 지난 2022년 가평군은 푸드플랜 사업과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관계 공무원의 무지와 아집으로 집단행동까지 확대됐던 당시 사건으로 가평군의 푸드플랜 사업은 사실상 완전히 붕괴했다.
진화에 나선 가평군은 농업기술센터에 저온 체계 구축 시설에 착수했으나, 아직도 진행형이다. 또한 6개 읍면 곳곳에 설치했던 푸드시설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엉뚱한 곳에 투입됐음을 방증한다.
북한강 천년 뱃길 사업에도 소멸 대응 기금 64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정주 인구와 관계 인구 유입에 실패했다. 가평군이 이처럼 지방소멸대응기금 대부분을 엉뚱한 곳에 투입한 데는 ‘단체장의 인기 영합주의와 공직사회의 무지’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가평군보다 인구 소멸을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여타 지자체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취재했다.
위 표에서 언급한 지자체 외, 강원 태백시는 지역 석탄산업 쇠퇴에 대응한 ‘광물자원 특화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한다. 또 지역 명소인 은하수길을 활용해 전망대 등을 조성해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운탄고도 은하수 네트워킹’ 사업도 추진한다.
충남 부여군은 스마트 농업 실습농장과 기숙 교육센터를 결합한 ‘스마트 농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빈집 활용 전통 고택 조성 사업’을 통해 빈집 문제 해소와 지역 방문객 증가를 재고한다.
전북 장수군은 지역 청년 농업인의 스마트팜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 일과 삶의 균형 농군사관학교’와 산지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린 코스·기반 시설 조성 등 탐방로 레이스 활성화를 위한 ‘장수 트레일빌리지(탐방로)’ 등 사업을 발굴했다.
경북 의성군은 지역 특화 산업인 세포배양 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기술 개발 시설·장비를 구축하고 대학 연계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세포배양 산업 거점 의성 바이오밸리 조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귀농·귀촌인 등 유입 인구의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의성다움. 행복 보금자리 조성’ 등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들 지자체의 공통점은 정주 인구와 관계 인구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에 기금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가평군은 단편적인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집행부 거수기로 전락한 군 의회의 무용론까지 나온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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