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vs 문화원 정면충돌
군, “위법 채용 보조금 못 준다” vs 문화원, “목 죄며 갑질한다”
◎군 “면접위원 선정 사전 승인 안 받았다” 포괄적 공정성 요구
◎인권위원회 “면접위원 위촉 기준 강제할 수 없다”
[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가평군이 가평문화원(이하 문화원)의 인사 규정과 직원 채용 공정성 문제로 보조금 지원을 취소하면서 촉발된 가평군과 문화원이 정면충돌했다.
양측의 불편한 심기는 27일 열린 제6차 이사회에서도 재연됐다.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를 연상케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가평군 對 문화원의 정면충돌 이유를 정리했다.
■정년 만 63세~65세로 연장이 도화선
문화원은 지난 5월8일 이사회에서 사무직 직원 정년을 만 63세에서 만 65세로 연장하는 사무국 인사 규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당시 이사회에는 22명이 참석해 찬성 17, 반대 5표로 의결했으며 문화체육과장(이하 문체과장)도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사회에서 다수결로 의결된 정년 연장을 놓고, 정년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사무국장 A 씨를 채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뒤 말이 무성했다.
그럼에도 문화원은 이사회 승인에 따라 사무국장 채용 공고를 냈고, 3명이 응모해 6월7일 면접에서 A 씨가 사무국장으로 낙점됐다.
당시 면접위원은 문체과장 포함 5명이었다. 그러나 문체과장은 불참했다.
문화원 측은 면접 일시 등을 군에 미리 통보했으나 문체과장은 사전에 면접위원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화원 측은 “면접위원은 현 이사진을 배제하고 선정하기로 직원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공정성 시비는 있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은 기타 공직유관단체 공정 채용 실무가이드라인의 채용 원칙을 적용해 지난 7월 사무국장 인건비 보조를 취소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문화원 측은 “2015년부터 면접위원은 지역의 덕망 있는 인적자원을 선정해 면접을 진행했으며, 2021년에는 원장 포함 10명이 면접위원이었으나 한 번도 공정성 시비가 없었을 뿐 아니라 군에 승인받은 전례가 없었다.”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군이 “문화원이 주관해 면접위원을 선정해 온 관행을 ‘사전 승인 및 공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다른 속셈이 있다.”라고 했다.
특히 이사회에서 정년 연장을 표결할 때 문체 과장도 이사 자격으로 참석했고, 그럼에도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을 부정하는 것은 ‘폭거’이며 ‘공무원의 갑질’이라면서 “대의(代議)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는입장이다.
■문화원 “공무원 갑질 규정” 인권위에…“문체 과장 찾아와 사무국장 철회 요구했다”
사무국장 인사를 문제 삼은 가평군은 지난 7월 ‘민간 단체 법정 운영비 보조금’ 지원을 취소했다. 사무국장 A 씨는 이때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용칠 원장은 “사무국장 인준 절차를 앞둔 6월 20일, 문체 과장과 J 팀장이 찾아와 ‘사무국장 임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하자 다음 날인 21일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라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당시 “문화체육과장이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4번이나 하면서 사무국장 철회를 요구”해 “독립기관 단체장한테 협박하냐?”며 강력히 항의하는 등 언성이 높았었다고 주장했다.
문체 과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A 씨가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자 사무국장 급여를 중단했다는 게 정 원장의 주장이다.
이에 문화원은 국민권익위에 부당함을 주장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권익위는 8월4일 가평군에 통보했으나 군 감사팀은 J 팀장만 불러 자체 조사만하고 문화원 주장은 한마디 듣지 않고 권익위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가평군의 일방적 주장을 받은 국민권익위는 문화원에 보낸 회신에서 “가평문화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하지 않아, 권익위원회의 공직유관단체 ‘공정 채용 가이드 라인의 면접위원 위촉 기준의 적용을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위 주장(군의 면접위원 승인 등)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매듭지었다.
권익위는 ‘면접위원 선정에 군이 관여 또는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라는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평군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사무국장 급여를 6개월 째 안 주고 있다.
■문화원, 행정소송으로 맞불…정면충돌
가평군은 작심하고 유관 단체 길들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 측은 가평군의 이런 폭거 뒤엔 “제 식구 감싸기와 그들만의 짬짜미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라면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원장은 또 “군이 보조금 돈줄을 잡고 숨통을 조이는 것은 ‘전직 공직자들 끼리 끼리의 카르텔’이 있다”라면서 “사무국장을 쫓아내고 그들이 낙점해 놓은 사람을 앉히기 위한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했다.
정 원장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정 원장은 “전임 문화원장이 후임으로 낙점했던 후보자 A 씨(전 공무원 출신)가 선거에서 낙마하자 보조금을 무기로 숨통을 조임과 동시에 독립 단체를 길들이기 위한 것”이며 “전임 원장의 부인 W 씨도 한 때 사무국장을 쫓아내라”라며 인사에 개입했었다”라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또 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이나, 급여를 안 주는 처사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면접위원 선정 및 인사의 공정성 등 포괄적 요구를 하는 것은 “문화원의 집행부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소송을 통해 “공무원의 갑질과 군의 횡포를 밝혀 독립단체를 길들이려는 시도를 바로잡겠다”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원장이 책임져야 할 일은 회피하지 않겠다”도 했다. 이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원장이 되고, 사무국장 또한 같은 생각이어도 엄연히 투표와 면접을 통해 당선되고 임명이 됐음에도 이를 부정하는 군의 횡포”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색깔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무국장에 대한 질문에 “고령화였던 전임 원장을 대리해 문화원을 이끌어 온 점, 선거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항간의 보은(報恩)이라는 소문은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