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회사택시 운전자 없어 울상..적정 근로자의 절반도 안 돼
실 가동률 40% 수준 ‘증차 안 되면 개인택시 꿈도 못 꿔’
동절기가 되면서 승객이 크게 줄었다.가평 버스 터미널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사진=NGN 뉴스]
▶1일 2교대는커녕 개인택시처럼 운행
▶경기도, 택시 총량제 전면 재검토해야
▶도 관계자, 내년엔 “무사고 근로자 혜택 반영” 예정
[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경기 가평군에서 운행 중인 회사택시가 운전자 부족으로 회사와 운수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로자가 없어 회사는 적자에서 허덕이고, 근로자는 노동강도가 높아져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D 택시회사는 현재 44대를 보유하고 있다. 관련법대로 1일 2교대를 하려면 최소 88명의 운수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절반도 안 되는 38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처럼 운수 근로자가 없어 1일 2교대는커녕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또는, 근로자 한 사람이 택시 한 대를 배차받아 ‘월 26일을 운행하는 1인 1차제’ 영업을 하고 있다. 마치 렌터카처럼 일종의 택시 임대업을 하는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근로자가 부족해 가동률이 80%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운수 사업법 및 근로기준법대로라면 실가동률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D사가 보유한 44대의 택시를 38명의 운전자가 1일 2교대로 운행하면 고작 19대만 운행이 가능하다. 나머지 25대는 차고에 주차돼 있어야 하는 처지이다.
이처럼 운전자가 부족해 운행 중인 택시보다 서 있는 차가 더 많은데도 경기도는 2020년 가평군에 9대(개인 6대, 법인 3대)를 증차했다.
경기도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택시 총량 조사’의 핵심은 ‘수요 공급의 균형’ 즉, 택시 이용 승객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실차율’이다.
실차율 조사는 운행중인 택시 보다 타는 사람이 적거나 많으면 증차 또는 감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총량 조사가 시작되면 회사와 근로자들이 암묵적으로 실차율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 동원된다.
증차 대수가 많을수록 회사도 좋고, 특히 택시 근로자들의 꿈인 개인택시 신규 면허 발급 확률도 비례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차율 조사가 한창 이었던 지난 2019년 7월, 이 회사 노조위원장 K씨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에서, ‘실차율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 조직적’으로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D택시회사 노조위원장 K씨가 '실차율을 높일 것을 독려'하며 근로자들에게 보낸 문자[출처=근로자 A씨]
노조위원장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에서 “실차율을 높이는데 조합원들이 무관심이고, 아무리 성수기라도 관리(실차율)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 10년 이상의 경력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합니다.”라며 실차율을 높일 것을 독려했다(2019.7.7.일).
노조위원장은 또 “택시총량제 용역 조사날짜도 열흘밖에 안 남았다며, 수개월간 위원장의 독촉에 짜증도 많이 나겠지만, 동지 여러분! 이제 정말 막바지입니다. 다 왔다 방심 말고 끝까지 실차율, 가동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합시다.”라며 근로자들을 부추겼다.
노조위원장은 또, 차량 번호별 실차율까지 공개하며 “실차율이 지난주보다 조금 올랐네요, 조금씩만 신경 쓰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개택(개인택시를 지칭한 듯)미터기에도 이상이 없고 이제는 우리가 할 일만 남았다.”라는 문자도 보냈다.
당시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은 근로자 A씨는 “실차율을 높이기 위해 손님이 안 탔어도 미터기를 작동시켰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조위원장과 근로자들의 담합에 힘입어 9대가 증차 되었고, 이 중 3대는 법인 택시에 나머지 6대는 개인택시 몫으로 돌아갔다.
당시 실차율 조사를 통해 증차 된 8개 시군 가운데 1/3이 회사택시에 배정된 것은 가평군이 유일하다. 10대가 증차 된 포천시는 1대만 회사택시에 배정되고 나머지 9대는 무사고 근로자의 꿈인 개인택시 몫으로 돌아갔다.
실차율 조작에 참여했던 근로자 B 씨는 “노조위원장은 노조원들의 개인택시 증차를 위해 실차율을 높이라고 독려하였으나, 결과는 회사의 이익만 대변한 것 같은 의심이 든다.”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조 전임자 대우를 받는 위원장은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회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며 ‘무노동으로 회사에서는 급여를, 노조에서는 위원장 수당’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당시 노조위원장이 공개했던 실차율 조사 결과는 회사의 협조 없이는 알 수 없는 자료이다. 회사 택시를 증차하기 위해 회사와 노조위원장이 사전에 짜고 공개하였거나 회사가 묵인 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내년이면 경기도가 주관하는 제5차 택시 총량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때 상당수의 택시 근로자가 이직하고 인력 보충이 안 돼 회사 택시는 운행을 못하고 서 있다.
그렇다고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 위해 살얼음판 같은 무사고 운전을 염원하며 핸들을 잡고 있는 근로자들의 권리와 생존권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에도 택시 총량제 조사는 진행할 예정이라며 가급적 ‘무사고 근로자들을 위한 택시 정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한 D 택시회사의 운영 방식은 사실상 ‘도급형’에 가깝다. 도급제는 회사가 월급을 안 주고 택시 한 대당 하루 또는 한 달 단위로 돈을 받기로 하고 차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렌터카 영업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1일 17만 6천 원을 입금하고 한 달에 26일 일하는 1차(車)제 방식과, 한 달에 13일 만근하고 월급을 받는 격일제 형식의 영업을 하고 있어 완전 도급제도 지입제도 아닌 어정쩡한 운영을 하며 군민의 발 역할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