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가평군청 앞에서 벌어진 공개 충돌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국민의힘 가평 당협 부위원장이자 6·3 지방선거 가평군수 출마를 선언한 양희석의 문제 제기에 대해,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용태 의원이 ‘내부 총질’ 프레임과 더 나아가 ‘내란 세력’이라는 거친 언어로 응수한 것은, 지금 가평 보수가 어떤 정치 문법에 갇혀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정치는 논쟁의 예술이다. 이견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견을 다루는 방식이다. 당내 비판과 우려 제기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는 순간, 정치는 토론이 아닌 충성 경쟁으로 전락한다.더 심각한 것은 김용태의 ‘내란 세력’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상대를 정치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는 배제의 언어다.
“다름”을 “배신”으로 몰아가는 정치
양희석은 기자회견에 앞서 김용태 의원에게 20일 장동혁 대표가 밝힌 "윤석열과 절연하는 세력과 '절연하겠다"는 입장을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용태는 "내련 세력과 같이 갈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김 의원의 대응은 두 가지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첫째, 지역 정치의 자율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과 당 운영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오히려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내부 총질’로 낙인찍는다면, 앞으로 누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는가. 침묵만이 미덕이 되는 조직은 활력을 잃는다.
둘째, 국회의원의 책무를 망각한 태도다. 지역구 의원은 계파의 대리인이 아니라 갈등의 중재자여야 한다. 당내 갈등이 불거졌을 때 필요한 것은 확전이 아니라 봉합이다. 그러나 이번 대응은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결과적으로 가평 보수 지지층만 더 깊은 피로감에 빠뜨렸다.
역사가 경고한 ‘분열의 정치’
보수 정당은 이미 분열의 대가를 뼈아프게 치른 경험이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공천 파동과 계파 갈등은 대패로 이어졌다. 그때도 명분은 ‘결속’이었지만, 방식은 배제와 낙인이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유사한 선택은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
지금 가평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작은 파열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천권, 계파 구도, 중앙 정치의 논리가 얽히면 지역 민심은 빠르게 이탈한다. 유권자는 당내 권력 다툼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묻는 것은 단 하나다. “우리 삶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용태 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강경 발언이 아니라 성찰이다. 당내 비판을 ‘내부 총질’로 규정하는 순간, 그는 스스로 토론의 문을 닫았다. 반대 의견을 ‘내란 세력’으로 치환하는 순간, 그는 통합의 정치가 아닌 적대의 정치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전쟁이 아니라 경쟁이다. 같은 진영 안에서 총구를 겨누는 정당이 어떻게 외부와의 경쟁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양희석의 이날 시위는 단순한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경고다. 내부를 향한 공격적 언어가 쌓일수록, 외부의 민심은 멀어진다. 군민은 더 이상 ‘누가 충성했는가’를 보지 않는다. 유권자는 ‘누가 품격 있게 설득하는가’를 본다. 보수의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다. ‘내부 총질’이라는 프레임으로 동지를 적으로 만드는 순간, 위기는 이미 내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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