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사격장 도비탄 공포, 일상이 된 포천의 비극
포천시 노곡리 전투기 오폭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영중면 성동리에서 또다시 총알이 날아들었다.

15일 오후 2시 30분, 미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식당의 유리창이 순식간에 깨졌다. 근처에서는 인부들이 작업 중이었고, 창가 자리에는 손님이 앉아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총알 한 발이 남긴 공포는 마을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조사랍시고 사진 몇 장 찍고 갔다”
사고 직후 출동한 군 당국은 ‘과학수사팀’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찾았지만, 주민들의 눈에는 그저 형식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식당 업주는 “사진 몇 장 찍더니 서로 쑥덕대고 그냥 갔다. 무슨 탄환인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아무 설명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탄두조차 수거되지 않아 원인 규명은커녕 사고의 실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강태일 도비탄사고 대책위원장은 “이러다 또 ‘원인불명’으로 덮을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절차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입은 식당 측은 즉시 포천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들은 것 같다”는 한마디뿐이었다. 업주는 “사고 이후 면사무소에서도, 시청에서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곳에서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지자체가 사실상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7일에도 사격 훈련이 계속됐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창문이 깨졌는데도 훈련이 중단되지 않았다”며 “우린 사람도 아니냐”고 분노했다. 미군 측은 “당시 헬기 사격만 있었고 소총 사격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그렇다면 유리창의 구멍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헬기 사격이라 해도 도비탄(ricochet, 튕겨나간 탄환) 위험이 상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반복되는 ‘표적 마을’의 현실
이 일대는 이미 수년째 ‘도비탄 피해 상습 구역’으로 악명 높다. 주행 중인 차량 유리창에 탄환이 박히고, 가축 우리 벽이 관통되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미군 훈련은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 지속적인 도비탄 사고에도 정부와 군, 지자체는 “주민과 협의 중”, “원인 불명”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결국 주민들은 “우리가 국가 안보의 표적이냐”며 절망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생계까지 흔드는 ‘안전 불안’
“기사에 식당 이름이 나가면 손님들이 안 온다.” 식당 업주의 이 한마디는 도비탄 사고가 단순한 안전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상징한다. 사격장 인근이라는 이유로 토지 가치가 떨어지고, 관광객과 손님이 끊겼다. 누군가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사람 목숨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이 행정과 군에는 닿지 않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한 훈련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대가를 일부 주민들이 생명으로 감당해야 한다면, 그것은 안보가 아니라 방치다. 성동리 주민들이 겪은 유리창 관통 사고는 단순한 ‘사격장 소음 민원’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체계에 뚫린 구멍이자, 정부의 무책임이 남긴 실탄 자국이다.
“이번엔 유리였지만, 다음엔 사람일 수도 있다.” 이 경고를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예견된 참사의 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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