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은 구조조정 중인데 ‘재설계 반복’… 검증 없는 추진이 만든 정책 모순
가평군이 17일 영상미디어센터 활성화를 위한 정책자문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군은 자문위원 3명을 추가 위촉하고, 실제 운영 공간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장 중심 정책”을 자평했다.
서태원 가평군수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정책자문위원회를 영상미디어센터 현장에서 개최한 것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가평군의 의지”라며 “위원들의 전문적인 제언이 영상·문화 인프라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 메시지와 달리,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자체에 대한 구조적 한계와 정책 설계의 순서가 거꾸로 됐다는 비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국은 ‘정리·축소’… 가평은 ‘재설계 반복’
NGN뉴스가 앞서 분석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실태에 따르면, 다수 지자체가 △이용률 저조 △전문 인력 부족 △콘텐츠 경쟁력 한계 △민간 플랫폼과의 기능 중복 문제로 인해 센터 통합, 기능 축소,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실질적 성과를 내는 사례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가평군은 사업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증이나 중장기 수요 분석 없이, ‘운영 개선’과 ‘활성화 방안’ 논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방향이 불분명한 사업을 전제로 한 뒤, 자문과 설계를 반복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문위원 15명… “전문성은 어디에 있나”
이번 정책자문회의에는 자문위원 15명이 참석했지만, 위원들의 구체적인 경력과 전문 분야는 공개되지 않았다. 영상·미디어·콘텐츠 산업과 직접 연관된 전문 인력인지, 지역 문화 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자문인지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책자문회의는 본래 정책 결정을 보완하는 수단이지, 정책 성공을 담보하는 장치는 아니다. 특히 수백억 원대 시설 투자와 지속적인 운영비가 투입되는 문화 인프라 사업에서는 사전 검증과 사업성 판단이 자문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이 정책 분석의 기본 원칙이다.
“일단 시작하고, 다시 고친다”…정책의 자기모순
가평군 영상미디어센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시행 → 수정 → 재설계’가 상시화됐다는 점이다. 사업 착수 이전의 철저한 수요 예측과 민간 대체 가능성 검토 대신, 일단 시설을 만들고 이후 활성화 방안을 찾는 방식은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재정 책임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국적으로 영상미디어센터가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평군이 이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할 명확한 경제적·산업적 근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은 ‘의지’가 아니라 ‘검증’의 문제
영상미디어센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시설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평군이 앞으로 공모·문화·관광 인프라 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추진할 것인가라는 정책 철학의 문제다.
현장 회의 개최와 자문위원 위촉은 행정의 노력일 수는 있지만, 정책의 타당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지를 보여주는 회의’가 아니라, 이 사업이 과연 지역 경제와 산업 구조 속에서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재검증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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