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이 영상미디어센터와 자라섬 워케이션센터를 동시에 개관하며 “미래형 콘텐츠 산업과 원격근무 중심지 도약”을 선언했다.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이미 비슷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가평군의 전략이 단순한 유행 따라가기식 개발을 벗어났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한 워케이션 사업의 결과는 이미 명암이 확연하다. 제주도는 기업 인센티브 패키지, ESG 활동 연계, 전담 브랜드 구축 등을 통해 ‘기업이 굳이 제주를 선택할 이유’를 제도적으로 만든 대표적 성공 사례다.
부산도 도심 호텔·공유오피스와 연계한 도심형 워케이션 플랫폼으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경북도의 경우 5억 원을 들여 4개 시·군에서 워케이션 상품을 운영했지만, 이용객은 하루 평균 3명 수준에 그쳤고 일부 지역은 이용객 ‘0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시설 중심, 이벤트 중심 행정이 만든 실패였다.
가평군이 이번에 개관한 자라섬 워케이션센터 역시 이와 같은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향올래’ 공모 선정으로 확보된 예산으로 공간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가평을 선택할 것인가다.
캠핑장 연계·숙박지원금·이용자 할인 수준의 대책만으로 기업이나 직장인의 장기 체류 수요를 유도하기는 어렵다. 특히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가평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가평을 선택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제주가 성공한 배경에는 가치를 체계화한 정책 설계가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상미디어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에는 이미 30여 개 이상의 지역 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 중이며, 공통적인 고민은 예산 의존, 전문 인력 부족, 장비 유지비 부담이다. 지방의 많은 미디어센터가 개관 첫 해 홍보효과를 누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장비·건물 중심 조성, 운영 전략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가평군이 XR 스튜디오와 1인 미디어실을 갖춘 것은 의욕적인 시도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로 발전시키려면 지역 청년·학교·관광산업·농업 분야와 연계한 실질적 제작 프로젝트, 지역 소재 콘텐츠 발굴 구조 등 ‘운영과 기획’ 중심의 장기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사업의 공통된 문제는 결국 하나다. 시설이 아니라 ‘운영 전략’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전국 지자체가 이미 시행착오를 통해 보여준 교훈은 분명하다. 공간을 짓는 것은 쉽지만, 수요를 만들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가평군에 필요한 것은 “우리도 센터가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3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 가평형 산업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영상과 워케이션이라는 두 개의 화려한 간판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어지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방향을 ‘시설 개관’이 아닌 ‘운영 역량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 유행을 좇는 개발이 아닌,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똑똑한 전략이 가평군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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