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전 취재 수첩을 보니…“인간의 思考는 '고장 난 시계'처럼 멈췄다”

서울시가 운영중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사진 =NGN뉴스
[경기 북부=NGN 뉴스] 정연수 기자=정확히 20년 전 일이다. 2001년 지금의 서울 서초구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서초구 일대에는 각종 현수막이 나붙었고, 서초구를 대표하는 각 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하는 등 험상궂은 분위기가 연일 계속되었다.
서울시(당시 고건 시장)가 청계산에 화장터를 짓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청계산은 서울이라기보다는 경기도라고 할 만큼 서초구에서도 먼 변방이었다.
서초구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입장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양측 주장을 잘 들어보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
먼저, 화장장을 짓겠다는 서울시는, “서초구와 동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땅값 하락 없다, 화장터라는 이유로 거부감에서 오는 지역이기주의다”라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반대 측 주민은 “집값이 하락하고, 양재천에 뼛가루가 날린다. 특히 화장터를 드나드는 차량으로 인해 청계산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 증가를 유발한다.” 그것이 이유였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극한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어져 갔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있다.
당시 상황을 취재를 했던 기자도 서울에 살았지만, 그곳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았기 때문에 서초구 원지동 주민들 반대 입장과 깊이를 솔직히 잘 알지 못했고 이해를 못 했다.
예나 지금이나 화장터를 환영하는 사람도 지역도 없다. 생각만 해도 무섭고 찝찝한 게 화장터다. 당시만 해도 지금의 화장 시설과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반대 측 주장도 어느 정도 이해됐다.

결국 2001년 12월 건립반대소송으로 추진이 중단되었다. 서울추모공원 건립 분쟁은 法 판단에 맡겨졌다.그러나 법원이 서울시 손을 들어주면서 소송 시작 6년만인 2007년 4월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착공 2년만인 2011년 12월 준공되어 10년째 1천만 서울시민을 위한 장사시설로 자리매김했다.
가동 10년이 되었지만, 주민들이 반대했던 것처럼 “양재천에 뼛가루가 날리지도 않았고, 주변 땅값이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서울시 추모공원과 접해 있는 양재동 일대엔 100억대에 이르는 타워팰리스 등 최고급 아파트가 들어섰고 주택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년 전이 아닌 200년의 세월이 흘러도 화장장은 혐오 시설 취급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장장은 혐오 시설이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시설을 안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포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을 4년뒤엔 사용 못한다. 혐오시설이라며 소각장, 매립장 설치 반대하는데...대안이 없다
다른 얘기인 것 같지만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서울과 수도권 시민이 쏟아내는 생활 쓰레기 전량을 김포 매립지에 묻고 있다.
그러나 김포 매립장도 4년 후인 2025년 종료될 예정이다.
내가 버린 생활 쓰레기를 묻거나 소각하려 해도 혐오 시설이라며 반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의 동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
솔직히 혐오 시설이라는 이유로 장사시설과 쓰레기 매립장 설치를 반대만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나와 가족 친지 이웃 모두 언젠가 죽는다. 10명 중 9명이 화장을 하는 추세이다. 결국,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화장을 할 것이다.

가평군이 추진중인 공동형 장사공원 조감도. 세종특별시 하늘 공원을 롤 모델 삼아 원 스톱 서비스로 운영된다/사진 가평군
지금 가평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형 장사시설을 반대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는 몇몇은 “춘천시와 협의해 돈을 주면 춘천시민과 같은 대접을 받으며 화장을 할 수 있다”, “공동형 말고 가평군민만 사용할 수 있는 단독형이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동형은 혐오 시설이고, 단독형은 친화적 시설이라는 뜻인가?”
그리고 단독형으로 운영하는 데 따른 운영 비용은 누가 내라는 것인가?
또한 가평군 단독형으로 설치했다고 해서 타지역에서 찾아오는 고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결론은 아니다.
공동형이든 단독형이든 선입견은 '혐오 시설'이다.
특히, 단독형은 적자 운영으로 인해 군민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춘천에 있는 화장시설도 인근 홍천군과 공동으로 건립했다. 그러나 이용자의 대부분이 타지역 유족들이 이용한다.
용인시에 있는 평온의 숲도 100% 용인시 자체 예산을 들여 단독형으로 건립했으나, 타 시·군 이용자가 더 많아 정작 용인시민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축구장 80개 면적의 시설이 10년 만에 포화 상태에 놓여 있다.
강릉시 솔향 하늘길 장사시설도 비슷하다.
언젠가 김포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처럼 타지역 쓰레기 매립을 거부하듯, 화장장도 마찬가지가 안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20년 전 취재 수첩을 보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화장장은 혐오 시설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장 기술의 발달과 우리의 장사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화장터는 “음산, 냄새, 뼛가루가 날리고 시신 태우는 연기가 굴뚝으로 나온다”는 사고(思考)의 시계는 고장 난 체 20년 전 그날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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