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관계자들 충격 증언 “목욕탕 체납 전기·수도요금 등 대신 갚으려 농협서 15억 대출”
- 7억 원 넘는 대위변제 의혹…누구 빚을 왜 대신 갚았나, 채권 회수는 했나
- 임대수익 연 1억4,400만원에 군비 인건비·운영비 1억7,540만원…원금 상환은 감감무소식
- 가평군, 15억 채무 실태조차 파악 못 해…서태원 군수는 회의수당 지급 재추진
- 군의회 29일 조례안 의결 예정…“빚부터 검증하라” 재정 감독 책임 도마 위
가평군 새마을회가 남의 빚을 대신 갚으려고 15억 원을 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6년이 지나도록 대출 원금은 한 푼도 갚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런데도 매년 억대 임대수익을 올리고 군으로부터 수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경기 가평군 새마을회의 재정 운영을 둘러싼 의문이다. 본보 취재 결과 가평군 새마을회가 약 6년 전 지역 농협에서 대출받은 15억 원은 단순한 시설 투자금이 아니었다는 전직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기존 목욕탕 업자가 체납한 전기·수도요금 등 채무를 새마을회가 대신 갚고, 목욕탕을 철거·리모델링하기 위해 거액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위변제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된 금액이 7억 원을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시 자금 집행의 적법성과 채권 회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가평군은 새마을회에 매년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도 이 같은 금융채무의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서태원 가평군수는 지난해 군민 반발로 철회됐던 새마을회원 회의수당 지급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가평군의회는 오는 29일 관련 조례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 “목욕탕이 진 빚을 왜 새마을회가 갚았나”…15억 대출의 실체
본보가 취재한 복수의 전 새마을회 관계자들은 약 6년 전 농협에서 대출받은 15억 원의 사용 목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대출금 가운데 약 4억~5억 원은 기존 목욕탕 시설을 철거하고 새마을회 사무실 등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사용됐다. 문제는 나머지 자금이다. 전 관계자들은 기존 목욕탕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수도요금 등 미납 채무를 새마을회가 대신 갚기 위해 대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7억 원이 넘는 금액을 목욕탕 측의 채무를 대신 갚는 데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규명해야 할 문제가 있다.
목욕탕 주인이 진 빚을 새마을회가 대신 갚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다. 당시 새마을회가 채무를 인수하거나 대위변제할 법적 의무가 있었는지, 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출금 15억 원의 실제 사용처는 금융거래 내역과 회계장부, 이사회 의결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 7억 원 넘게 대신 갚았다면…그 돈은 누가 돌려받았나
이번 의혹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대위변제 이후의 처리다. 전 관계자들은 "새마을회가 목욕탕 측의 채무 7억 원 이상을 대신 갚고도 목욕탕 주인은 상대로 구상권이나 별도의 채권을 확보하지도, 받으려는 의지도 없다"는 점이다.
만약 회수 가능한 채권을 장기간 방치했다면 이는 단순한 회계 관리 부실을 넘어 단체 재산의 보전 의무와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법적 의무에 따른 정당한 채무 인수였다면 새마을회는 그 근거를 공개하면 된다. 누구의 빚이었고, 누가 대신 갚기로 결정했으며, 그 돈을 돌려받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다.
▣ 임대료만 6년간 약 8억6천만원…15억 원금은 왜 그대로인가
새마을회의 대출금 상환 실태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새마을회는 목욕탕을 사무실로 리모델링한 뒤 발생하는 임대수익을 활용해 약 10년에 걸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약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원금은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파악한 새마을회의 사무실 임대수익은 월 약 1,200만 원이다. 연간 1억4,400만 원으로, 동일한 수입이 6년간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누적 임대수익은 8억6,4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가평군이 지원하는 연간 인건비 1억5,500만 원과 운영비 2,040만 원을 합하면 현재 기준 연간 임대수익과 군비 지원 규모는 3억1,940만 원이다.
물론 임대수익과 보조금은 성격이 다른 재원이다. 보조금은 지정된 목적에 따라 사용해야 하므로 이를 대출 상환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대 임대수익을 올리면서도 당초 계획한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만큼은 설명해야 한다.
임대료 수입에서 이자와 건물 유지관리비, 세금 등을 제외하고 얼마가 남았는지, 남은 자금은 어디에 사용됐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10년 안에 갚겠다던 15억 원. 6년이 지나도록 원금이 그대로라면 남은 4년 동안 무엇으로 갚겠다는 것인가.
▣ 15억 빚도 모르면서 보조금 지원…가평군 감독은 어디 있었나
가평군의 관리·감독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본보 취재 과정에서 가평군 관계자는 새마을회의 금융채무와 대위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군의 법정 감독 범위 역시 보조금 집행과 단체 자체 재산 관리에 따라 구분된다. 그럼에도 막대한 군비가 투입되는 단체의 재정 건전성과 운영 실태를 제대로 검증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가평군이 올해 새마을회 관련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합쳐 4억974만 원이다.그런데도 15억 원에 이르는 금융채무가 어떤 경위로 발생했고, 실제 상환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관한 설명은 불분명하다. 새마을회가 대출금의 사용처와 상환계획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이자, 가평군이 보조금 지원의 적정성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 빚은 15억인데 회의수당까지…서태원 군수·군의회 책임론
이처럼 새마을회의 재정 운영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가평군은 지난해 철회했던 회의수당 지급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가평군의회에 상정된 조례안은 새마을회원 274명에게 회의 참석 한 차례당 4만 원씩, 연간 최대 10회까지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모든 대상자가 최대 횟수까지 참석하면 연간 1억960만 원, 5년간 5억4,800만 원이 소요되는 구조다.
지난해 군민 반발로 철회됐던 사안이 다시 의회 심의대에 오른 것이다. 문제는 추가 지원의 필요성을 따지기에 앞서 기존 지원을 받는 단체의 재정 운영에 대한 검증부터 충분히 이뤄졌느냐다. 15억 원의 대출 경위, 7억 원이 넘는 대위변제 의혹, 장기간 원금 미상환 문제조차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가평군이 추가적인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면 군민들에게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해야 한다. 특히 가평군의회는 오는 29일 조례안 의결을 앞두고 있다.
군의회가 해야 할 일은 수당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만이 아니다. 군민 세금이 지원되는 단체의 재정 운영이 적정한지 검증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서태원 군수와 가평군의회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새마을회원에게 회의수당을 얼마나 지급할지가 아니라, 이미 지원받고 있는 단체가 그 재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하고 있는지다. 15억 원의 행방과 채권 회수 여부에 대한 설명 없이 추가 지원 논의만 앞서간다면 행정의 재정 감독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마을회가 답해야 할 것은 봉사의 명분이 아니라 15억 원의 회계장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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