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명 봉사하고도 12kg 한 통에 6만1,404원…시중 최저가보다 3,500원 비싸
- 완제품 사서 나눠주면 될 일…굳이 보조금 주고 대규모 김장행사 여는 이유는?
- 어려운 이웃 돕는다면서 김치 배분 의혹까지…‘봉사’ 앞세운 선심성 행사 논란
- 서태원 군수·군의회, 반복되는 예산 지원…김장행사 실효성부터 검증해야

시중에서 판매하는 완제품 김치보다 비싸게 만들면서도 굳이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김장행사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가평군이 새마을지회(지회장 손종기)에 해마다 수천만원의 김장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놓고 예산 낭비와 선심성 행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가 이른바 ‘김장 배달사고 의혹’을 추적하면서 2024년 새마을 김장사업을 분석한 결과, 가평군은 군비 7천만원을 지원해 김치 1,140통을 생산했다. 당시 새마을회원 등 약 500명이 이틀 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본보가 직접 확인한 김치 한 통의 무게는 12kg. 보조금 7천만원을 생산량으로 나누면 한 통당 6만1,404원이다. 당시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12kg 김치 가격은 최저 5만7,900원부터 최고 12만6천원이었다. 새마을 김치의 통당 보조금이 시중 최저 판매가격보다 약 3,500원 비쌌던 셈이다. 더욱이 시중 김치 가격에는 제조시설 운영비와 인건비, 유통비, 기업이윤까지 포함돼 있다. 반면 새마을 김장은 수백명의 자원봉사자가 무보수로 참여한다.
물론 김장행사에도 재료비와 포장비, 운송비 등이 발생하고 전체 보조금을 생산량으로 나눈 금액이 순수 제조원가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수백명이 봉사하고도 시중 완제품보다 비용이 높다면 사업의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은 당연하다. 차라리 시중 김치를 대량 구매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면 더 많은 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본보는 앞서 2023년 새마을지회가 생산한 김치 1,200통 가운데 최초 배분 설명에서 251통이 누락된 사실을 보도했다. 일부 마을회관에서는 결과보고서상 전달 내역과 달리 김치를 받지 못했다는 어르신들의 증언도 나왔다. 당시 한 마을회관에서는 80대 어르신들이 매달 3천원씩 모은 돈으로 직접 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김장행사가 정작 필요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선심성 행사 논란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게 직접 김치를 제공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 여부를 따져야 한다. 반면 법령과 예산에 근거한 민간단체의 공익적 나눔사업은 적법하게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군민 세금으로 만든 김치를 '봉사'라는 이름으로 나눠준다는 이유만으로 수혜자 선정과 배분 과정에 대한 검증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가평군이 새마을지회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대규모 김장행사를 계속하는 이유가 실질적인 복지 효과 때문인지, 지역 조직을 앞세운 선심성 행사 때문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만 선거법 위반이나 우회 기부행위 여부는 단체장의 실제 관여 행위 등에 대한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서태원 군수와 가평군의회에도 책임 있는 설명이 요구된다. 김장행사에 몇백명이 참여했는지 홍보할 것이 아니라, 같은 예산으로 얼마나 많은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지, 직접 김장을 하는 방식이 완제품 구매보다 어떤 장점이 있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문제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반복 투입되는 군민의 혈세다. 시중 김치보다 비싸게 만들고, 배분 과정마저 의혹이 제기되는 김장사업. 가평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계속 지원하는가. 이제는 행사 규모가 아니라 예산의 효율성과 실제 수혜자를 기준으로 사업의 존폐를 판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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