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전유공자회엔 증편 100㎏, 홀몸 어르신엔 송편 60㎏과 윷놀이노인복지시설 평화의집 원장 "한결같이 찾아오고 있어 감사"

"윷이요!"
윷가락이 방바닥에 떨어지자 어르신들의 탄성과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터졌다. 말을 잡은 편에서는 박수가 쏟아졌고, 잡힌 편에서는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조용히 앉아 있던 어르신들도 어느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승부에 빠져들었다.
추석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 노인복지시설 '평화의 집'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신천지자원봉사단 서울동부지부 봉사자 30여 명은 이날 어르신 30여 명과 윷놀이를 함께하고 송편 60㎏을 나눴다. 오후에는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노원구지회와 도봉구지회를 찾아 증편 100㎏을 전달하고 참전유공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봉사단이 이 지역 참전유공자와 어르신들을 찾아온 지 올해로 13년째다.
◆ 윷놀이로 웃음 되찾은 어르신들
평화의 집에서는 봉사자와 어르신들이 편을 나눠 윷놀이를 즐겼다.
이명진(가명·85·여) 씨는 여성 봉사자들을 '언니들'이라고 부르며 "오늘 언니들과 다 같이 웃으며 노니 정말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게임을 하니까 승부욕도 생긴다"고 말했다. 윷놀이에서 1등을 차지한 이씨는 봉사자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꼭 1등을 하고 싶었는데 정말 1등을 했다. 오늘은 내가 이겼다"며 웃었다.
김설희(가명·82·여) 씨는 "혼자 있는 것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웃으니 시간이 금방 간다"며 봉사자의 손을 잡았다. 봉사자들이 다음 날 이미용 봉사를 위해 다시 온다는 말에는 "벌써 정이 들었다"며 반가워했다. 어르신들은 다음에는 장구와 풍물놀이, 노래와 춤, 씨름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봉사단은 지난 5월에도 이곳에서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 43명과 '백세 만세 온기 나눔' 행사를 열었다.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안마와 손편지를 전했으며, 일부 어르신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임춘식 평화의 집 원장은 "지속적인 봉사는 말처럼 쉽지 않지만 신천지자원봉사단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결같이 찾아오고 있다"며 "어르신들에게는 함께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큰 위로와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 사진 속에 쌓인 13년
도봉구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용 사무국장은 그동안 봉사단과 함께한 활동이 담긴 사진들을 펼쳐 보였다. 사진에는 해마다 열린 '나라사랑 평화나눔 6·25 행사'를 비롯해 참전유공자 장수사진 촬영과 앨범 제작, 생신 잔치, 호박죽 나눔 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봉사단은 명절과 보훈 기념일마다 떡과 생활용품을 전달해 왔으며, 고령으로 외출이 어려운 유공자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활동도 이어왔다.
김 사무국장은 "평소에도 안부를 묻고 건강과 생활 형편을 세심하게 살피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오랜 기간 한결같이 찾아온 곳은 신천지자원봉사단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억으로 남겨주길" 당부…"지속적인 봉사 이어가겠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76년이 흐르면서 참전유공자 대부분은 90대에 접어들었다. 서울북부보훈지청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기준 노원구와 도봉구에 거주하는 6·25전쟁·월남전 참전유공자는 각각 2233명, 1716명이다.
올해 92세인 김 사무국장은 18세에 6·25전쟁에 참전했고, 1966년에는 월남전에도 참전했다. 27년간 군 생활을 마친 뒤 약 45년 동안 보훈 활동을 이어왔다.
김 사무국장은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르면 후대가 6·25전쟁을 기억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나라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과 그 기억만이라도 남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석 신천지자원봉사단 서울동부지부 부지부장은 "명절을 앞두고 참전유공자와 어르신들의 안부를 살피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섬김과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가 서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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