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천막농성 500일 맞아 현장서 기자간담회 개최... '중대 발표' 예고
- 공대위 "더 이상의 소모전은 무의미... 정부와 지자체, 이제는 결단해야 할 시간"
2026년 1월 8일, 동두천 소요산 자락에 자리 잡은 허름한 천막 하나가 매서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계절이 네 번 바뀌고 다시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이곳에서는 '기억'을 지우려는 자와 '역사'를 남기려는 자들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오는 9일이면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천막 농성이 정확히 500일째를 맞는다. 단순한 물리적 시간을 넘어, 국가폭력의 현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시험해 온 500일이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공동대표 김대용)는 오는 9일 낮 12시 30분, 농성 현장에서 '천막농성 500일 기자간담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대위 측은 이날 간담회가 단순한 경과 보고 자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지지부진했던 보존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실질적 대책' 요구와 함께, 향후 투쟁의 판도를 바꿀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 "단순한 지역 흉물 아니다"... 국가적 책임 묻는 시험대 된 500일
옛 성병관리소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강제 수용했던 국가폭력의 상징적인 장소다. 동두천시는 이를 철거하고 관광지 등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시민사회는 "아픈 역사도 역사"라며 보존을 통한 평화·인권 교육장 활용을 주장해 왔다.
공대위 관계자는 "지난 500일의 농성은 단순한 '철거 반대'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지역 개발 논리에 묻힐 뻔했던 기지촌 여성들의 아픔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 문제가 동두천이라는 지역을 넘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정책의 영역임을 확인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갈등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타개할 해법이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공대위는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구체적 요구안 ▲향후 대응 방향 및 실행 일정 ▲추가적인 법적·행정적 절차 착수 등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 '버티기' 넘어 '결정'으로... 공대위, 배수진 치나
공대위가 예고한 '중대 발표'에 지역 정가와 행정 당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동안의 소극적인 방어 태세에서 벗어나 감사원 감사 결과의 한계를 지적하고 보다 공세적인 대응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의환 정책언론팀장은 "이번 500일 기자간담회는 오래 끌수록 유리한 쪽이 이기는 지루한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라며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회피하지 않고 결단을 내리도록 만드는 '결정의 시간'을 선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곧 정부와 경기도, 동두천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500일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린 것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 역사·인권·도시정책의 교차점... 해법 나올까
취재진의 관심은 공대위가 제시할 '미래 정책 제안'에도 집중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남기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 국가 성매매 여성의 인권 유린에 대한 과거사 정리와 이를 현대적 도시 정책 안에서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500일간 꺼지지 않았던 촛불이 과연 굳게 닫힌 행정의 문을 열 수 있을지, 9일 소요산 천막 농성장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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