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댐·왕숙천 전구간 정비, 근본 대책 절실
경기 포천시 내촌면 주금산 베어힐즈 계곡. 지난 7월 기록적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은 광복절에도 여전히 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계곡은 흙과 돌무더기로 뒤덮였고, 집 앞마당엔 건져낸 예술작품 몇 점이 널브러져 있었다. 평생 나무 뿌리를 조각하며 살아온 주민은 “작품은 일부 남았지만 삶은 무너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주민 82세 김영기 씨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35년을 살았지만 이런 건 처음입니다. 나무만 막히지 않았어도 우리 집은 무사했을 거예요. 그날은 정말 잠을 못 잤습니다.”
15일 광복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피해 현장을 찾았다. 한민수 비서실장, 김승원 경기도당 위원장, 김병주 최고위원, 박윤국 포천·가평 지역위원장과 함께 주민들의 절규를 직접 들었다.
포천시 전체 수해 피해 규모는 303억 원. 산사태만 5곳, 사망 1명, 이재민 170가구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은 특별재난지역 지정에서조차 누락됐다.
정 대표는 “재난은 정쟁의 소재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 복구는 단순 원상복구로 끝나선 안 됩니다. 똑같이 복원해놓으면 내년에 또 피해가 납니다. 원상복구가 아니라 ‘개선복구’가 필요합니다.
하천 폭을 넓히고 깊이 파내야 하며, 낮은 교량은 높여야 하고, 퇴적물은 준설해 건설 자재로 재활용하면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 “사방댐이 답이다” 전문가들 한목소리
남궁종 포천시 산림조합장은 “45년 경험상, 상류부부터 단계적으로 사방댐을 설치하고 300m 간격으로 유목 포집과 유속 저감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단체의 우려에 대해서는 “자연 보존도 소중하지만, 지금은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단호히 말했다.
임승일 포천시 안전도시국장도 “왕숙천 일부에 제한적으로 설치된 사방댐으로는 한계가 크다”며 “하천 전 구간을 포괄하는 종합 정비 계획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계곡에는 아직도 20일 가까이 이어지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포크레인 기사 한 명은 “토사를 퍼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폐기물 처리만 10억 원이 넘는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한다.
정 대표는 “응급복구와 함께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며 △사방댐 설치 △왕숙천 전 구간 정비 △현실적 피해 산정 매뉴얼을 약속했다. 예술작품처럼 피해액 산정이 애매한 경우엔 “그동안 거래된 평균 판매가를 기준으로 제출하라”며 현실적 해법도 제시했다.
김영기 씨는 수국 한 송이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물 보며 평생 살고 싶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복구를 제대로 해주세요.” 그는 “비만 오면 이제는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떠나는 대표단의 발걸음을 붙잡은 다른 주민도 절박하게 외쳤다. “우리는 이 계곡 물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제발, 다음 비가 와도 이 집에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포천 내촌면의 재난은 더 이상 ‘35년 만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폭염·폭설이 일상화되는 시대, 땜질식 복구로는 재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수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위로가 아니라 근본적 수술이다. 사방댐과 전 구간 정비, 교량 개선, 하천 준설 같은 치수 대책에 특별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주민들의 울부짖음이 이번에도 ‘말뿐인 대책’으로 끝날 경우, 포천의 비극은 또 다른 지역에서 반복될 것이다.
ⓒ NGN뉴스 & ngnnews.net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심판 잘못 뽑아놓고 애먼 선수들만 피해…가평시설관리공단의 기막힌 사과문
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외경.[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단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잘못된 위원회 구성에 대한 책임 소재와 지원자들의 피해 구제 방안은 명확하게 제시되... -
1,500번 겹친 입찰…가평군, 이제는 ‘입찰제한 여부’ 정식 조사하라
가평을 거점으로 앞에서는 언론사, 뒤로는 용역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온 A·B사를 둘러싼 공공입찰 의혹은 더 이상 단순한 ‘업체 간 경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본보가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두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부부와 자녀가 대표·감사 ... -
공사는 못하는데 감리단은 왜?…가평 수해복구 ‘52억 감리비’ 도마
135필지를 보상해야 하는 '십이탄천 재해 복구사업 현장'.[사진/정연수 기자] 공사할 땅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는데 시공사에 이어 수십억원대 건설사업감리단은 이미 현장에 들어와 있다. 가평군이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14개 하천 개선복구 공사를 동시 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