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부.가평군 잠곡(潛谷)과 대동법의 명재상 김육
2부.석봉 한호와 잠곡 김육
3부.스토리텔링 콘텐츠의 보고 잠곡 김육
4부.공정의 시대와 잠곡 김육
5부.가평군의 발전과 잠곡 김육
[가평=NGN뉴스] [기고=신동진 잠곡김육선생기념사업회 사무국장]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된 뒤 가평군으로의 관광인구가 줄어들었고, 그래서 가평군에 뭔가 ‘특별한’ 관광 거리가 있어야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맞다. 그렇다면 그‘특별한’ 관광 거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돈을 들여 ‘최고’(the best)라고 뭔가 만들어 인기를 끌면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투자해 더 높게, 더 크게, 더 길게, 더 화려하게 새로운 ‘최고’를 만들곤 한다.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는 그래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 때 희소성이 있었던 ‘출렁다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관광객이야 새로 생기는 전국 ‘최고’의 출렁다리를 계속 찾아다니며 즐길 수 있을지 모르나, 관광지 입장에서는 ‘최고’의 지위를 잃은 뒤 ‘재방문’을 어떻게 만들지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최고’의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금방 또 새로운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특별함’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그래서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더 특별하게 탄생할 수가 없다. 유일(the only)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일한 곳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바로 ‘특별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힘을 갖고 있는 자원, 바로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가평군에 필요한 이유다.
‘특별함’을 만드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역사다.
아무리 돈을 들여도 과거의 역사를 지금 또는 미래에 만들어낼 수는 없다.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식당의 맛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식당을 지켜내기 위해 수 대에 걸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그리고 그 이야기로 인해 생기는 감동은 똑같이 만들어낼 수 없다.
따라서 그 맛도 결국은 같을 수가 없다.
과거 어떤 인물이 나고 자라고 생활하며 만들어진 이야기 또한 지금 다시 만들 수가 없다. 더구나 이런 역사문화 자원은 이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갖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가성비가 높은 자원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에서 역사적 인물이나 과거의 문화를 복원해 역사문화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부르시게
우리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 년 덧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자 한다네 - 잠곡 김육
선생이 잠곡(지금의 청평4리)에 계실 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시조다.
술 익을 때쯤 벗과 함께 술을 먹으며 좋은 세상을 만들 ‘백 년 덧 시름 없을 일’을 함께 얘기해 보고 싶다는 뜻을 정감있게 담은 시조. 이 시조를 통해서 선생이 대동법 등 훗날 자신이 추진할 안민부국(安民富國) 정책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구상한 곳이 바로 잠곡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청평4리 주민들은 수제맥주를 몇 년째 만들며 수제맥주 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수제맥주 축제를 하는 곳은 많지만 이렇게 역사 이야기와 마을공동체의 활동이 딱 맞아떨어진 곳은 없다.
잠곡로는 현재 7080 청평고을 조성 사업이 펼쳐지는 바로 그곳이다. 가평군은 농식품부 신활력플러스 사업을 추진하며 마을 구석구석에 양조장을 만들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가평군에는 이미 유명한 막걸리 공장도 있고, 수제맥주 공장도 있다. 이런 술들을 잠곡 김육 선생의 이야기와 엮어 축제를 한다면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복제 불가능한 ‘특별한’ 가평군만의 축제가 될 수 있다.
청평도서관은 지금의 <한석봉도서관>처럼 <잠곡김육도서관>으로 명명하고 그곳에 잠곡 선생 또는 대동법과 관련한 서적, 논문 등을 모아 놓아서 이 분야 연구를 하려면 반드시 꼭 와야 하는 ‘특별한’ 도서관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매년 잠곡 선생과 대동법 또는 이와 관련 있는 경제민주주의와 같은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면 끊이지 않고 방문객이 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공정’이 화두인 지금. 농사꾼 출신 영의정 잠곡 김육 선생의 삶 속에 일관된 ‘공정’의 철학은 무궁무진한 주제를 제공할 것이다.
외국의 작은 마을에서 세계적인 축제를 할 수 있는 사례를 청평에서 못 만들 이유는 없다. 잠곡 선생은 음력 7월14일에 태어나셨다. 잠곡 선생의 탄신일에 맞춰 여름에 ‘백 년 덧 시름 없을 일’을 얘기하는 학술대회와 함께 크게 어우러지는 술 축제를 개최한다면, 잠곡로는 그야말로 대동(大同)축제의 장이 되지 않을까?
이 외에도 잠곡 선생은 서양 역법을 받아들인 시헌력을 시행해 농사일에 도움을 주었고, 대동법과 동전(상평통보) 유통, 점포 설치 등을 주장해 조선 후기 상업 발전의 기반을 만들었으며, 전염병과 기근에 대처하는 방법을 한글 책자로 만들어 보급하는 등 다양한 출판을 통해 민중들의 안녕과 계몽에도 앞장서고, 수레와 수차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셨다.
이런 이유로 선생은 실학의 태두로 모셔지고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잠곡 선생이 이 모든 일을 공무원으로서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생은 혁신행정가의 사표로서도 전할 이야기가 많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미 잠곡 선생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구슬은 차고 넘친다. 이것을 누가 어떻게 꿸 것인가?
현재 7080 청평고을 조성 공사가 한창인 잠곡로의 구청평역사 터에는 이리저리 옮겨지며 수모를 겪고 있는 잠곡 선생 기념비들이 있다. 이제 또 세 번째로 옮겨져야 한다.
훗날 7080 광장에서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특별한’ 축제, 가평군민들이 만든 술을 먹으며 ‘백 년 덧 시름 없을 일’을 얘기 나누는 세계적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광장 한쪽에 잠곡 선생을 기리는 작은 공원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 이 일은 가평군만의 품격있고 ‘특별한’ 관광 거리를 만드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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