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NGN뉴스] 정연수 기자= 구안능지(具眼能知)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옳고 그름을 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눈은 보는 것만이 아니라 사물을 보고 판단한 능력도 중요하다"는 뜻도 함께 있다. 사물의 가치와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은 저절로 생기지 않고 오랜 경험과 교육, 훈련에서 온다.
여기서 말하는 안목은 구별하는 힘이고, 그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구안지사(具眼之士)라 할 것이다.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능히 선악과 가치를 알 수 있다”라는 이 성어는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말이다.”
미덕을 갖고 있어도 속으로 간직하고 좀처럼 드러내지 않아야 군자라는 말이 있다. 비단옷을 입고 기운 옷을 덧입는다는 금의 상경(錦衣尙)이다. 반면 반문농부(班門弄斧)나 와부뇌명(瓦釜雷鳴)은 “속이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한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어떤 일이 옳다고 낸 의견에 이구동성으로 맞장구쳐도 잘못은 있을 수 있다.
반면 한 이야기에 옳은 지적이었음에도 엉뚱한 트집을 잡아 벌떼같이 동조하면서 풍파를 일으키는 일도 잦다. 인터넷이나 SNS로 의견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 요즘에는 찬성하지 않는 상대에게 무조건 악담을 퍼붓기도 한다.
어떤 일을 말할 때 전후의 일을 잘 살펴 말하고, 반대 의견이 있어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작은 지역 사회일수록 이런 현상이 흔하게 벌어진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그야말로 이웃사촌처럼 옹기종기 모여 산다.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끈끈함도 있다.
내 고향 가평에 온 지 12년이 되었다. 유년기와 청소년 청, 장년의 45년을 대도시에 살다가 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좋았다. 어린 시절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는 사람과 마주칠 수 있어 정겨웠다.
서울 대도시에서 이웃 사람도 모르고 사는 세상에서 살아온 나는 새로운 세계로 다가왔다. 그런데 1년 2년 그리고 10년 세월이 흐르면서 솔직히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깨지기 시작했다. 의리도, 소속감도 없고 필요에 따라 얼렁뚱땅 대충대충 사람을 대하며 산다는 것을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 길을 가다가도 하루에 몇 번씩 얼굴을 보고,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마주치는 친구 선·후배 이웃들…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소중함을 소홀히 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얼마 전 가평군청 한 직원의 결혼식이 있어 서울 여의도를 다녀왔다.
올림픽대로를 따라 오가면서 압구정동과 강 건너 성수동, 뚝섬을 바라보았다. 빌딩 조명과 아파트 숲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그리고 “저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구청장과 통·반장 이름을 아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모르는 이가 더 많을 것이야”라고 자문자답을 하며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이 지었다.
반면 가평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빛의 속도로 소문이 퍼진다. 안 좋은 것일수록 그 속도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남의 일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것도 12년간 살면서 느낀 점이다.
그렇게 서울을 뒤로하고 내 삶의 터전인 가평에 들어서자 또다시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 늦은 시각도 아닌 저녁 8시인데 어둡고 길거리에는 인적이 끊겼다. 대신 도로변에 걸려있는 00을 반대한다는 혐오감과 협박에 가까운 현수막들만이 여기가 가평임을 알리고 있었다.
이 글을 보고 기자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기에 계속 써 내려간다.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것이 많은 곳이 가평군이다. 미래의 동력인 수소발전소도 내쫓는 곳이 가평이다. 서울 마포구청 바로 옆에 가보면 대규모 주택단지와 상업시설 호텔 등이 즐비하다,
바로 그곳에 대규모 수소발전소가 수년째 안전사고 한 건 없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세상은 자고 나면 바뀌는 이 시대에 일부 가평군민은 환경 공해 소음을 주장하며 수소발전소를 반대하며 내쫓았다.
가평군민들은 걸핏하면 내세우는 것이 “청정 가평”에 00시설이 웬 말이냐? 가 단골 메뉴로 각인 되다시피 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40년간 청정을 지킨 가평군민의 삶의 질도 청정해지셨습니까?”라고 반문해본다. 스스로 청정의 늪에 빠져 각종 규제에 묶여있는 40년간 인구만 줄지 않았는가? 아이 울음소리는 그친지 오래고 4명 중 한 명이 어르신들이다. 초고령화가 가속화 되는 것이 가평군의 현주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 있나? 청정을 지킨다는 보상으로 죽지 않을 정도의 알량한 교부금과 물 분담금. 공로 사업에 손 벌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다음 단골 메뉴가 관광 가평 어쩌고다. 냉정하게 말하면 가평에 이렇다 할 특화된 관광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관광 인프라 어쩌고 한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남이섬 인근 식당을 보자. 남이섬으로 가는 입구에서부터 도로 양옆에 대형 닭갈비 식당들이 즐비하다. 이들 식당의 주인은 상당수가 서울 사람들이다.
가평서 돈 벌어 서울로 간다. 가평 사람은 쟁반 나르고 설거지 등 허드렛 일만 도맡아 한다. 가평의 내로라
하는 관광지 주변들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가평군민들 경제 사정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없다. 자족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더욱 걱정되는 것은 “무엇이 가평군 미래동력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는 정치인이나 군민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데 있다. 타인을 험담하고 깎아내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색안경을 끼고 보기 일쑤다. 그리고 뒷말은 프로급이다. 청정 가평에 아파트 2천 세대가 넘게 들어온다. 그런데 “청정 가평에 대규모 아파트가 웬 말인?”라는 반대 현수막은 안 보인다.
가평에는 무엇이든 생산적인 시설, 사람이 많이 오갈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평군민들께 구안능지(具眼能知)의 시각으로 미래를 보자는 건방진 제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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